
14일 취임 100일을 맞은 새정치민주연합 원내사령탑인 이종걸 원내대표의 소회다.
당내 비주류 진영의 지지로 원내사령탑에 올라선 이 원내대표는 지난 100일 동안 공무원연금법 개정·추가경정예산·국가정보원 해킹사태·박기춘 의원 체포동의안 등을 처리하며 눈코뜰새 없는 일정을 소화했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과 국회법 개정안을 함께 처리하며 첫 협상을 성공적으로 해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애써 얻어낸 국회법 개정안은 힘을 잃게 됐다.
이 과정에서 절친한 카운터파트너였던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나고, 원유철 원내대표로 변경되는 일도 겪었다. 이 대표 취임 후 가장 기억에 남은 사건이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뉴시스와 가진 전화통화에서 "과반 의석을 지닌 여당의 원내대표가 무소불위의 대통령에 의해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의회주의를 지키기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느꼈다"며 "어쩔 수 없이 그 모습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지만, 바람은 지나가도 나무는 그 자리에 서있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상심할 시간조차 없었다. 곧바로 메르스·가뭄 등으로 인한 추경예산 심의와 국정원 해킹의혹 사태가 불거졌다.
추경안 처리 과정에서는 여권의 원안을 대폭받아들이고도 법인세인상, 국정원 청문회 등과 관련해 아무것도 받아내지 못했다는 당내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박기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에서는 '방탄국회'라는 오명을 써서는 안 된다는 여론과 동료 의원에 대한 의리 속에서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평소 박기춘 의원과 가까워 인간적인 고뇌가 깊었던 것 같다"며 "하지만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면 역풍을 맞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표와의 관계 재설정을 통해 당의 대여 공격력을 높여나가고, 자신을 원내대표로 밀어준 비노계의 여러가지 요구 속에서 스스로의 중심을 잡는 것도 이 원내대표의 과제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계속 문재인 대표와 각을 세우며 긴장관계를 유지해왔다.
친노계 인사인 최재성 의원이 사무총장으로 임명됐을 때는 최고위원회에 20여일간 불참하며 항의했고, 결국 새정치민주당은 사무총장직을 없애고 이를 3총장제로 바꿨다.
이 원내대표는 "정치의 최종목표는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라며 "국민주권주의와 의회주의를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주의국가에서는 견제와 균형을 이루기 위한 3권분립이 무너져서는 안 된다"며 "하나의 축이 무너지면 일방통행식 국정으로 국민의 기본권까지 일그러지게 되니 이 삼각축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00일간 정부, 여당과 맞서 싸우면서 의회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참담함과 열패감을 느꼈다"며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입법·행정·사법의 3권분립을 이뤄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건강한 보수와 중도진보로서 경제민주화 입법을 추진하려고 했는데 아쉽게 됐다"며 "하지만 새 카운터파트너인 원유철 원내대표도 훌륭한 분이니 함께 잘 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사표 1000만표를 방지하는 독일식 정당명부제의 도입, 민생주도의 성장을 위한 경제민주화 입법 등에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인 이 원내대표는 취임 100일을 맞은 이날 광주에서 임진각에 이르는 481km의 광복 70주년 기념 자전거 국토순례 대장정을 마무리하며 광복절의 의미를 되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