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스탠퍼드대 의대생에서 뮤지컬스타 된 마이클리, 서편제가 특별한이유 있다

뮤지컬 '서편제'에 출연하는 브로드웨이 출신 재미교포 2세인 뮤지컬스타 마이클 리(40)는 새삼 깨닫게 한다. 좋은 배우는 좋은 사람이라는 걸….

스탠퍼드대 의대를 다니다가 뮤지컬의 매력에 빠져 진로를 바꾼 마이클리는 "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한국어로 질문을 받고 영어로 답하는 등 한국말에 아직 익숙지 않음에도 한국인의 정서와 한이 묻어나는 '서편제' 출연을 결정한 것도 그 노력의 하나다. 공연 일정이 없는 날도 이지나(50) 연출에게 발음을 교정받기 위해 개인 시간을 모두 반납했다.

'서편제'는 임권택(78) 감독의 동명 영화로 유명한 작가 이청준(1939~2008)의 원작이 바탕이다. 어린 송화, 의붓동생인 '동호', 송화를 한 맺힌 소리꾼으로 만들기 위해 억지로 시력을 잃게 하는 아버지 '유봉'의 이야기다.

마이클리는 2006년 '미스 사이공'으로 한국 무대를 처음 밟았다. 2010년 '미스사이공'으로 한국 무대에 다시 오른 그는 지난해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한국 활동에 돌입했다.

'노트르담 드 파리' '벽을 뚫는 남자' 등에 출연한 그가 한국 창작 뮤지컬에 나온 건 '서편제'가 처음이다. 유봉에 반발, 자신만의 소리를 찾아 나서는 동호를 연기한다. 그런 "동호의 여정이 내게도 적용된다"고 했다. 아버지인 유봉과 만나는 부분이 공감이 갔다. "누구나 세대 간에 갈등을 겪기 때문"이다.

'서편제'는 이번이 세 번째 공연이다. 마이클리도 관람한 2010년 초연은 송화에 무게감이 실렸는데 이번에는 동호의 비중이 부쩍 늘어났다. 신곡 '마이 라이프 이스 건(My life is gone)'과 '얼라이브'가 추가됐는데 두 곡 모두 동호의 캐릭터를 풍성하게 한다. "두 곡이 동호의 여정을 분명하게 만든다"면서 "동호가 자신의 목소리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생각했다.

마이클리가 그간 한국에서 출연한 작품은 모두 대사 없이 노래로만 진행하는 '송스루(song-through)' 뮤지컬이었다. 그래서 대사가 있는 '서편제'로 인해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웃었다. 하지만 "그런 압박감이 나를 더 나은 배우로 만든다고 생각한다. 도전해야 성장한다고 믿는다"는 경지다.

'미스사이공'을 통해 마이클리와 친분을 쌓고 '노트르담 드 파리'에 함께 출연한 뮤지컬스타 홍광호(32)는 그를 최고의 가창력 배우로 치켜세웠다. "한국말이 서툴러도 너무 잘 풀어낸다"고 했다.

마이클리는 "한국어가 서툴러 더 신경을 쓰려고 하다 보니 발음을 너무 확실하게 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머리를 긁적였다.

5월 '미스사이공' 25주년 기념 뉴 프로덕션 공연에 투이 역으로 한국인 배우 중에서는 처음으로 웨스트엔드에서 주역으로 활약하게 된 홍광호가 한국을 떠나기 전 그에게 많은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8년 전 처음 봤을 때부터 광호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최고의 배우 중 한 명이죠. 자신만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흥미진진한 활약이 기대돼요."

10여년 간 브로드웨이 무대를 경험한 마이클리는 한국의 뮤지컬 산업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차이점도 있지만, 미국이랑 점차 비슷해지는 것 같아요. 각 나라의 장점이 다르죠."

양국에서 활동을 병행할 거라는 마이클리가 브로드웨이에서 인정을 받았음에도 한국 활동을 결심한 건 "많은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제 외모 때문에 역할이 제한되죠. '벽을 뚫는 남자', '노트르담 드 파리'를 연기할 기회가 없었거든요. 좀 더 다양하고 입체적인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어요."

지금이 한국 뮤지컬계에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뮤지컬이 부쩍 성장하고 있어요. 한국 관객들의 큰 원동력이에요. 저를 포함한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더 열심히 해야죠."

마이클리는 팬들뿐 아니라 배우와 스태프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특히 온순하고 가정적인 성품에 대한 칭찬이 자자하다. 뮤지컬계에서는 마이클리와 한번 작업한 사람이면 누구나 그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정설처럼 굳어졌다. "그렇지 않은데…. 감사하죠. 하하하. 좋은 분들을 만나 제가 오히려 더 행운인데요. 모든 일을 즐기고 긍정적으로 감당하려고 해요"라고 웃었다.

꿈이 뭐냐는 낡은 물음에 "지금 삶이 꿈 자체"라고 답했다. "노래 부르고 춤추고 연기하는 걸 꿈꿔왔는데, 그걸 하고 있으니 너무 즐거워요. 저는 정말 행운아입니다. 한 가지 더 바라는 게 있다면 아들이 행복해지는 거요. 껄껄껄."

'서편제'가 무엇보다 자신에게 큰 의미로 남을 것 같다. "제가 진정으로 원했던 작품이에요. 제가 처음 출연한 순수 한국 작품이기도 하고요. '서편제'가 더 특별한 이유는 제가 진정으로 한국 커뮤니티에 소속됐다는 걸 느끼게 됐거든요. 한국의 예술가들과 한 집단에 속했다는 게 참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서편제'는 5월11일까지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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