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우리의 뇌가 첫 문장만 봐도 이게 좋은 이야기인지 나쁜 이야기인지 분간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면, 대체 좋은 이야기를 쓰는 방법을 모른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끌리는 이야기는 어떻게 쓰는가(Wired for Story)'의 저자 리사 크론은 서문에서부터 도발을 시작한다.
저자의 주장은 ‘뇌가 반응하는 원리에 따라 써야 끌리는 글이 된다’로 요약할 수 있다. 뇌가 작동하는 방식은 최신 뇌신경과학에서 규명돼 있으니 그 원리를 글쓰기에 적용해보자는 것이다. 이 원리를 적용하면 잘못된 신화, 혹은 상식으로 받아들이던 통념이 무참하게 무너져버린다.
가령 ‘아름다운 글은 모든 것을 이긴다’라고 생각해 왔다면 ‘이야기가 아름다운 글을 이긴다. 언제나’란 사실을 알고 깜짝 놀라게 된다.
대표적 사례가 초대형 베스트셀러 ‘다빈치 코드’다. 저자 댄 브라운의 동료작가 필립 풀먼은 이 책의 문장을 ‘밋밋하고 왜소하며 못났다’고 평했다. 이렇게 아름답지 못한 글이 성공한 까닭은 첫 페이지부터 다음에 일어날 일이 뭔지 호기심을 자극해 독자를 계속 잡아놓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과감하게 ‘나머지 모든 것은 부수적’이라고 말한다.
뇌는 아름다운 문장보다 이야기에 끌리기 때문이다.
‘당신이 아는 것을 쓰라’는 충고는 꽤 유용해 보인다. 그러나 저자는 ‘당신이 감정적으로 아는 것을 쓰라’고 말한다.
‘당신에게는 누르기만 하면 지식이 튀어나오는 도깨비 방망이가 있는가? 물론 그런 게 있을 리 없다. 그러니 인간의 본성과 사람들 간 상호 작용에 대한 자신의 지식을 활용해 모든 일 뒤에 숨어 있는 감정적, 심리적 ‘이유’를 끊임없이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뇌는 다른 사람의 행동양식을 이해하고 인과관계를 파악해 미래의 상황을 예측하도록 진화해 왔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외면적 목표와 내면적 목표를 갖고 있어야 하는데 그 둘을 싸우게 만들면 전체 이야기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외부적 긴장과 내면적 갈등을 얻을 수 있다’는 충고를 설명하는 방식은 퍽 재미있다.
많은 사람들이 5kg만 빼면(외면적 목표) 얼마나 행복할까(내면적 목표) 하고 생각한다. 지방흡입술, 위절제술도 없이 피나는 노력으로 목표를 달성하고 나서야 우리는 여전히 행복하지 않다는 걸 깨닫는다. 저자는 행복은 살을 빼면 따라오는 1+1 행사가 아니라고 조롱한다. 이게 오산이었다는 걸 깨달아야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행복이 뭔지 고민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저자 리사 크론은 세계적 출판사의 문학 에디터, 헐리우드 스토리 컨설턴트, 선임 프로듀서로 다양한 재능을 보여 왔다.
대중소설, 시나리오, 드라마, 시트콤 등 어느 장르가 됐든 베스트셀러를 쓰고 싶다면 꼭 읽어봐야 할 것 같은 책이다.
스토리 보다 '진실의 힘'을 믿는 작가라면 이 책을 읽고 소름이 돋을 수도 있다. 이 분야의 베테랑인 저자가 풋내기라고 비웃을지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