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은 10일 오후 서울시의회가 주최한 '지방재정 건전화' 국제 컨퍼런스에서 현 중앙·지방 정부 재정 구조에 대한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박 시장은 이날 본격적인 강연 전 축사를 통해 "지방 정부와 의회의 관계는 수레의 양 바퀴와 같다"며 "역할은 다르지만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서울은 균형이 아주 잘 맞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뭐든지 협력과 협동이 가장 중요하며 그건 지방·중앙 정부도 마찬가지"라며 "하지만 현실이 반영되지 않은 재정구조 때문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가져가는 세입은 8대 2 수준인 반면 지출은 4대 6으로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부족한 예산은 중앙 정부에 매달려 얻어야 하는 처지"라며 "지난해에도 발품을 팔아가며 의원들을 찾아 조르고 사정했지만 겨우 800억원을 얻었을 뿐"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물론 800억원도 작은 돈은 아니지만 다른 지역, 예를 들어 경기 남경필 지사가 받아간 돈은 10조원이 넘었다"며 "균형을 좀 맞춰달라"고 호소했다.
서울시 재정이 매우 어렵다는 고민도 털어놨다. 그는 "한때 서울의 재정자립도는 90%를 웃돌았지만 지금은 80%선도 붕괴 위기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울은 1960, 1970년대 지어진 도시로 노화가 심하다"며 "최근 싱크홀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데 50년 이상 노후된 하수관이 전체의 30% 이상"이라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국가 경쟁력은 지방 분권에 달려 있다"며 "시민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은 지방 정부가 더 잘할 수 있으며 중앙 정부는 큰 틀을 만들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의회 박래학 의장 역시 "한국의 지방자치는 꾸준히 진화하고 있지만 지방 재정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며 "지출은 지방자치단체가 더 많은데 세입은 중앙 정부가 많다보니 지방 정부의 중앙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박 의장은 "이런 구조라면 지방 정부의 재정 위기 문제가 언제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며 "지방 재정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 시청 신청사 8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국제 컨퍼런스는 '재정건전성의 위한 지방의회의 역할'을 주제로 진행됐다. 서울시의회 박래학 의장, 박원순 서울시장, 정의화 국회의장을 비롯해 해외 의회 대표들, 국내·외 재정 전문가들, 전국 지방의원, 자치단체 공무원, 시민단체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