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하얼빈 '영웅' 강태을 "안중근의사 거사현장서 울컥 "

뮤지컬배우 강태을(35)은 가슴이 벅차면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도마 안중근(1879~1910) 의사의 의거 현장인 중국 하얼빈 무대에 오른 뮤지컬 '영웅'에서 '안중근' 역을 맡았다. 안중근 의사의 의거를 다룬 작품이다. 그의 열연으로 안중근 의사가 동양평화 실현을 위해 이토 히로부미(1841~1909)를 저격했던 순간의 감동이 106년을 거슬러 되살아났다.

8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 국제컨벤션센터 내 환구극장에서 뮤지컬 '영웅' 두 번째 공연을 마친 직후 만난 강태을은 전날 역사적인 첫 공연을 마치고 "푹 잘잤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커튼콜 때 중국 관객들은 그를 향해 아낌없이 기립박수를 보냈다.

영하 20도 안팎의 현지 날씨에 컨디션을 걱정했으나 "두 번째 공연은 어제보다 더 정리가 잘됐다. 오늘 아침에 몸이 조금 무겁더라. 전날 공연의 데미지가 있지않나 걱정 했는데 다행히 몸이 풀려 공연을 잘 끝냈다. 기분이 좋다(웃음)"고 했다.

 '영웅'의 하얼빈 첫 공연을 앞둔 전날 강태을은 '조도선' 역의 박송권, '우덕순' 역의 정의욱, '유동하' 역의 박정원과 함께 하얼빈 역 안중근 기념관을 방문했다. 방명록에 '역사적인 이곳에서 뮤지컬 영웅'이라고 썼다. 이번 공연은 이 기념관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하얼빈 시가 초청해 성사됐다. 기념관 창을 통해서 안중근 의사가 이토를 저격한 역사적인 현장이 바로 내다보인다.

 "울컥하더라. 눈물이 나올 뻔했다. 역사적인 현장에 내가 서 있는 것이 믿기지 않더라. 저 곳에서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치렀구나 라는 생각만 들었다."

이토의 인간적인 면모도 다뤘지만 아무래도 안중근 의사를 주축으로 한 독립군과 중국인 남매 '왕웨이'와 '링링' 등이 의기투합해 일본에 대항하는 내용인만큼 일본 관객들이 불편할 수도 있겠다.

일본 극단 시키 출신으로 상당수 현지 팬을 보유 중인 강태을은 "극화된 설정은 필요하다"면서 "그런 장면마다 예민하게 반응하지는 않는다. 일본 분들도 오셔서 공연을 보신다. 즐길 수는 없지만 자극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독도에서 평화 노래 '그날에'를 발표했다는 이유로 일본에서 입국 거부를 당한 이승철처럼 되지 않겠냐는 물음에 "만약 그렇다면 제 입장에서는 영광"이라면서 "크게 웃어주고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강태을은 지난해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 '영웅' 7번째 공연에 안중근 역으로 합류했다. 2009년 초연 당시 안중근 역의 류정한·정성화를 비롯해 양준모 등 내로라하는 뮤지컬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고 하얼빈 공연에서는 홀로 서게 됐다.

 "처음 안중근 역 오디션 제안이 왔을 때 기뻤다. 그런데 기존에 안중근 역을 맡았던 분들은 클래식한 소리를 내시는 배우들이다. 다행히 어느 순간 그 소리가 내게도 생기더라. 오디션 보기 전 준비를 많이 했다. 무대에 오른 뒤에는 굉장히 자극이 많이 됐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느끼는 점이 많았다. 안에서 펄펄 끓어오르더라."

누구나 존경하는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만큼 "실수를 못하겠다"고 했다. "'영웅'은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큰 잘못이나 실수를 한 것 같다"고 눈을 반짝였다.

하얼빈 관객의 호응을 이어가기 위해 4월14일부터 5월31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영웅' 무대에도 오른다. 초연 멤버인 정성화와 번갈아 가며 안중근을 연기한다. "성화 형은 초연 전 하얼빈을 다녀왔다. 작가님(한아름)이 그러시더라. 하얼빈을 다녀온 두 안중근이 이번 무대에 같이 오른다고. 성화 형이랑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어 기대가 크다."

서울예대 연극과 출신인 강태을은 2004년 일본 극단 시키에 입단했고 엄격한 훈련을 거치며 내공을 쌓았다. 2006년 극단 시키의 '라이온 킹'으로 한국 무대에 데뷔했다.

이후 '대장금' '록키호러쇼' '돈주앙' 등 굵직한 작품에서 '옴 파탈' 매력을 뽐내며 뮤지컬계 '나쁜 남자'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뚜렷한 이목구비도 한몫했다. 특히 세기의 바람둥이인 돈주앙 역은 35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낙점됐다.

 "본래 진지하고 진중한 모습이 많다. 열심히 하지만 허당 면모가 있는 뮤지컬 '그날들'의 정학과 많이 닮았다. 그러다 보니 개인적으로 코미디를 하고 싶은 생각도 든다. 코미디를 통해 연기 공부를 더 하고 싶다."

강만홍 서울예대 연기과 학과장이 강태을의 부친이다. 그에겐 스승이자 멘토이자 친구 같은 존재다. 본래 가수가 되려고 한 그와 함께 노래방에 가본 뒤 "너 정도 노래하는 가수는 많다면서 배우를 먼저 해보는 것은 어떻겠냐고 말씀하셨다"고 떠올렸다.

 "('대장금'과 '돈 주앙'으로 2009년)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신인상 수상을 축하하며 안아주실 때 (아끼는 마음이) 다 느껴지더라. 안중근 의사를 맡았을 때는 부러워하셨다. 본인이 원효와 함께 제일 맡고 싶었던 캐릭터였는데 연기를 못해보셨다면서."(웃음)

올해 국내 정식 데뷔 10년차를 맞았다. "세월이 조금씩 느껴진다"며 웃었다. "배우를 선택한 뒤 열심히 해왔다고 생각한다. 보람을 느낀다. 팬들과 관객들이 환호해주실 때 사랑받고 있다고 느낀다. 내가 잘하고 있고 행복하다는 느낌이다. 이를 먼저 겪은 선배들이 그 때가 지나면 한 차례 고비가 온다고 하시더라. 그럴 때 잘 이겨내라고 응원해주셨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들을 채우고자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그간 연극에 한편도 출연을 못했다. 연극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기존에 없던 나만의 새로운 캐릭터도 만들고 싶다. (작품마다 분위기 메이커로 활약하는) 유준상 형도 기존에 (뮤지컬계에) 없던 캐릭터다. 나도 그런 새로움을 주게 될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그냥 출연하고 싶지 않았던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의 문을 이제 두드려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 강태을은 활동 영역을 한정짓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강태을의 연기 열정은 안중근 의사의 애국심 못지 않게 펄펄 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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