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영웅' 하얼빈 공연은 창작뮤지컬 중국진출 새 전기

뮤지컬 '영웅'의 7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 첫 공연 성료는 한국 창작뮤지컬의 중국 진출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중국이 차세대 한류진원지로 급부상하면서 뮤지컬계 역시 현지 내 K-뮤지컬 확산을 꿈꾸고 있다. 지난해 타결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도 중국 투자에 대한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영웅'의 연출가인 윤호진 에이콤 인터내셔날 대표가 "인구가 13억이라 뮤지컬 티켓값을 1000원씩만 받아도 1000억원이 넘는다"고 말할 정도로 시장의 잠재력이 크다.

뮤지컬계에서는 이미 중국을 차세대 블루오션으로 주목했다. 공연계의 큰손 CJ E&M 공연사업부문이 본격적인 중국 진출의 신호탄을 쐈다. 2010년 11월 중국 문화부 산하 중국대외문화집단공사, 중국 최대 미디어그룹인 상하이동방미디어유한공사와 공동 투자한 합자회사 아주연창문화발전유한공사를 설립했다. 2011~12년 19개 도시에서 297회 공연하며 매출 300억원을 올린 뮤지컬 '맘마미아!' 라이선스를 출발로 현지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이 회사가 제작한 '김종욱 찾기'는 한국 창작뮤지컬로는 최초로 중국에 라이선스 판권이 판매돼 눈길을 끌었다.

CJ E&M 공연사업부문과 함께 중국에서 주목받는 또 다른 회사는 뮤지컬서비스(대표 김종중)다. 투자·배급 전문회사로 뮤지컬 관계자들과 중국에서는 신뢰도가 매우 높다. 한국의 공연제작사 스펠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광화문연가2', 창작뮤지컬 '쌍화별곡' 등의 중국 현지 투어를 도왔다.

CJ E&M 공연사업부문이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를 공략하는 데 반해 뮤지컬서비스는 항저우, 푸저우 등 다양한 지역을 아우르고 있다.

'영웅'의 현지 진출은 앞선 사례들과 다르다. 한국에서 이미 검증된 창작 뮤지컬이 중국 현지 도시의 초청을 받아 공연이 성사됐다. 무엇보다 하얼빈 내 안중근 기념관 개관 1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인 만큼 사회적인 의미도 크다.

뮤지컬평론가인 고희경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장 겸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 교수는 "우리가 만든 뮤지컬을 안중근 의사의 의거 현장에 올린다는 그 자체만으로 의미가 크다"면서 "작품적으로도 이미 국내에서 검증(7차례 공연)이 된 '영웅'인 만큼 한국뮤지컬의 역량을 충분히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희경 교수는 기존 뮤지컬의 중국 진출과 차이점에 대해 "국내에서 이미 검증이 된 작품이라 완성도가 갖춰졌다"면서 "영국과 미국 식의 뮤지컬이 아니라 한국 창작뮤지컬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뜻깊다"고 덧붙였다.

'영웅'의 안무감독 이란영(인덕대 방송연예과 교수)은 "한국 창작 뮤지컬이 이처럼 중국에서 온전한 틀을 갖춰 공연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그녀는 '쌍화별곡'의 연출 등을 맡아 중국에서 여러번 공연을 지휘했다.

뮤지컬평론가인 이유리 청강문화산업대학 뮤지컬과 교수 역시 "'영웅'은 완성도를 이미 인정받은 작품"이라면서 "중국을 넘어 '원 아시아 마켓'에서 중요한 역할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라고 봤다.

윤호진 대표는 이번 '영웅'의 하얼빈 공연을 계기로 "'영웅' 중국어 버전(라이선스)이 새롭게 탄생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묘한 정치적인 파장이 있겠지만 중국 뮤지컬 시장이 급격히 활성화 될 것"이라는 것이다.

조짐은 벌써부터 감지된다. 7~8일 하얼빈 시 초청으로 '영웅'을 공연한 데 이어 9일 역시 중국 하얼빈시 주최로 '한·중 국제 포럼-하얼빈시, 뮤지컬과 만나다'란 주제의 포럼이 열린다. 국내 뮤지컬계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총출동한다.

고희경 교수가 한국 극장에 대해 발제하고 뮤지컬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한국 뮤지컬 역사에 대해 설명한다. 배성혁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집행위원장은 지방 도시의 공연 활성화 등에 대해 논의한다. 윤호진 대표가 이날 한국 창작뮤지컬의 중국 내 미래 등의 주제로 포럼의 마지막을 마무리한다.

고희경 교수는 "연출가, 교수 등 한국 뮤지컬 전문가들과 중국 내 뮤지컬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만큼 양국의 뮤지컬 교류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윤호진 대표는 나아가 하얼빈을 중국 진출의 교두보로 삼는다는 구상이다. 그는 "하얼빈이 (국제뮤지컬페스티벌을 여는) 대구 같은 국제도시로 변모하려는 조짐이 보인다"고 짚었다. "러시아의 영향이 컸던 도시라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러시아식 극장이 많다. 공장을 지을 때 극장도 많이 지었다. 리모델링하면 사용할 수 있는 극장수가 모자라지 않는다. (한국창작뮤지컬이 진출하는데) 좋은 전진기지가 되지 않을까 한다" 고 했다.

하얼빈 안중근 기념관 1주년을 기념해 뮤지컬 '영웅' 초청 공연과 함께 진행되고 있는 '2015 중한 안중근문화예술전'(9일까지 하얼빈 시 중국공산당위원회 사무실 별관 내 123전시관)의 예에서 보듯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현지에 진출시킬 수 있다고도 보고 있다.

이밖에도 한국 제작사·배급사들의 중국 내 진출 노력은 다방면에서 진행되고 있다. PMC프러덕션(공동회장 송승환 이광호)은 최근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대표작인 넌버벌퍼포먼스 '난타'의 광저우 전용극장 건립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한국국제공연산업협회는 중국 베이징 국가대극원과 손잡고 오는 6월 서울에서 '제1회 한중공연산업페어'를 공동 주최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내 시스템 차원에서 진출시키는 것이 맞다고 보고 있다. 고희경 교수는 "중국은 아직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보수적"이라면서 "현지에서 매년 대학로로 찾아와 사람을 뽑아가고 있다. 이제 프로덕션 차원으로 현지에 보내는 걸 고민해볼 때"라고 짚었다.

이유리 교수도 "이미 중국에서 우리 인력을 많이 데려가고 있다"면서 "단지 작품 단위로 진출하는 것을 넘어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발판 삼아 중국을 한국이 주도하는 원아시아마켓으로 가는 교두보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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