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학교 총장후보자 보광스님(한태식)의 논문 18편이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는 표절과 중복게재 판정을 받았다.
동국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연구윤리위)는 보광 스님의 표절의혹 논문 30편에 대한 조사결과 18편을 표절로 판정했다고 6일 밝혔다.
연구윤리위는 종합판정을 통해 "서산대사의 '정토관(2013)' 외 27편은 본교 '연구윤리 및 진실성 규정' 제3조 제6호 '학계에서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범위를 심각하게 벗어난 행위'"라고 통지했다.
연구윤리위에 따르면 5편의 논문은 '일반적으로 학계에서 인정할 수 없고 비난의 여지가 심각한 중복게재', 12편의 논문은 '비난의 여지가 약한 중복게재'로 판정됐다.
다만 12편의 논문은 '해당 저작물이 작성될 당시 학계의 연구윤리 수준이나 통상적으로 통용되는 학술적 글쓰기 방식을 고려할 때 허용 가능한 중복게재'로 판단됐다.
연구윤리위는 "판단은 학계의 관행과 표절 또는 중복게재 부분이 각 논문에서 차지하는 중요도 등을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전반적으로 표절 또는 중복게재의 혐의가 큰 편이며 표절 또는 중복게재도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외 판례와 사례를 고려할 때 피조사자의 의도 유무는 알 수 없었지만 전체적으로 조사대상 논문들의 표절 또는 중복게재의 혐의가 가볍다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인터넷 포교의 중요성에 관한 연구' 논문에 대해서는 "인용된 부분에 대해 출처를 표시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타인의 저작물에서 기술하고 있는 내용에 대한 각주의 출처표시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라며 "마치 피조사자가 한 것처럼 글을 쓰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전했다.
스님이 연구의 확장에 초점을 맞춰 항변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피조사자의 이전 저작물과 비교할 때 별도의 학술적 논문으로 인정할만한 정도로 차별화되는 새로운 내용을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표절조사가 이뤄진 보광스님의 논문은 '대각사상', '한국불교학', '정토학연구', '원효학연구', '전자불전'과 일본의 '인도학불교학연구'에 게재됐다.
연구윤리위는 "스님은 '한국불교학'을 제외한 나머지 학술지들과 관련 학회, 연구원의 최고위직 또는 임원직을 맡고 있다. 논문 게재 등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다만 보광스님은 "(해당 논문들을 통해)승진, 연구비 수주 등 특별한 이득을 얻지 않았다"며 총장 후보 선출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연구윤리위는 "편집진에서 논문이 부족하다고해 논문을 제출했다거나, 한국연구재단 등재후보지라 큰 비중이 없는 저널로 본 점, 학술논문 규정을 갖춘 '전자불전'을 소식지에 불과하다고 본 점, 연구비를 지원받지 않은 논문이니 별 문제 없다는 시각 등은 스님의 학자적 양식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한다"고 꼬집었다.
교수협의회, 학생회, 교직원노조, 동창회 등 학내 구성원들은 보광스님의 논문 표절 혐의가 드러난 만큼 총장 선출 과정을 원점에서 재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교수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표절총장' 밑에서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표절은 학문적 죄악이라고 어떻게 가르칠 수 있겠느냐"며 총장 후보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학생회는 지난 4일 열린 토론회에서 "논문표절 총장이 선출될 경우 임원들이 자퇴할 수도 있다"며 강경한 반대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학교법인 동국대 이사회는 오는 11일 오전 10시 이사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과반수가 넘는 이사들이 논문표절과 상관없이 보광스님의 총장 선출을 강행할 것으로 보여 충돌이 예상된다.
동국대 재단인 조계종 측에서는 '스님 총장이 나와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보광스님은 조계종 측에서 밀어부치고 있는 후보"라며 "연구윤리위는 논문표절 판정이 났으니 징계절차를 밟아달라고 건의 정도는 할 수 있다. 다만 이사회에 안건이 올라가면 논란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