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문화재단은 27일부터 서울 종로구 관훈동 가나인사아트에서 20세기 초 우리 근대미술을 다양한 장르에 걸쳐 재조명하는 ‘가나아트 컬렉션’ 전을 연다.
지하 1층부터 5층까지 모두 7개 전시실에서 ‘한국근대조각전’ ‘근대한국화 4인전’ ‘외국인이 본 근대풍물화전’ ‘해외작가전: 기억과 체험’ 등 ‘가나아트 컬렉션’ 전시를 펼친다. ‘박수근 드로잉전’과 ‘고암 이응노 미공개 드로잉전 1930~1950s’도 마련했다.
‘한국근대조각전’에는 테라코타 특유의 투박한 손맛이 우러나는 권진규(1922~1973)의 작업을 비롯해 소녀와 젊은 여인의 전신 또는 반신 나체상을 제작한 김경승(1915~1992), 인물상의 김세중(1928~1986), 대리석으로 연인을 주제로 한 김정숙(1916~1991)의 작품을 소개한다. 인간의 역사적 시간을 담은 송영수(1930~1970), 브론즈나 스테인리스 스틸 등으로 작업하는 문신(1923~1995)의 조각 작품도 있다.
‘근대한국화 4인전’에서는 근대화단을 대표하는 청전 이상범(1897~1972)과 소정 변관식(1899~1976), 이당 김은호(1892~1979), 의제 허백련(1891~1977)의 작품을 선보인다.
‘외국인이 본 근대 풍물화전’은 서양문물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이전인 20세기 초 한국의 풍물을 판화로 담은 여섯 작가의 작품으로 구성한다. 엘리자베스 키스(1887~1956), 폴 자쿨레(1896~1960), 릴리안 메이 밀러(1895~1943), 윌리 세일러(1903-?), 버타 럼(1896~1954), 요시다 히로시(1876-1950) 등이다.
‘해외작가전: 기억과 체험’은 개인의 주관과 내면의 세계뿐 아니라 집단, 사회의 문화적 기억과 경험 등을 주제로 한 외국 작가들의 기획전이다. 역사적 사건과 독일의 민족적·신화적 유산을 결합해 개인과 집단의 기억을 중첩하는 안젤름 키퍼와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불안과 고통을 드러내는 막스 노이만을 비롯해 앤터니 곰리, 안토니 타피에스, 토니 크랙, 미켈 바르셀로, 피에르 알레친스키 등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지하 1층에서는 한국인의 생활상을 단순한 형태와 선, 투박하고 거친 질감과 모노톤의 색채로 화폭에 담아내는 박수근의 드로잉 35점을 만날 수 있다. 1982년 서울미술관에서 첫 전시 후 30여 년 만에 공개되는 드로잉이다. 주된 주제는 그의 유화 작품과 마찬가지로 시장 사람들, 빨래터의 아낙네들, 아이를 업은 여인 등 평범한 소시민들의 삶의 모습이다. 마치 동화책의 삽화나 우화를 표현한 듯한 동물 드로잉, 수렵도와 민화에서 모티브를 따온 작품들로 박수근의 또 다른 작품 세계를 감상할 수 있다.
동양화의 전통 위에 새로운 조형 세계를 구축한 고암 이응노 미공개 드로잉 전에는 400여 점이 나온다. 해방을 전후로 한 시기와 도불 전까지 제작된 드로잉으로 새하얀 평면에 쓴 먹선의 형태와 여백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전시는 3월 1일까지다. 02-3217-0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