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홈페이지 ‘공지사항’란에는 2011년 작성된 ‘아리랑을 아십니까?’가 있다. “이토록 현재적으로 공동체가 향유하는 노래가 또 있는가?”라는 글이다. 이 문장의 ‘공동체’란 맥락상 북한과 해외동포를 포함하고 있다.
그렇다. 남과 북은 물론 해외 동포사회에서도 아리랑을 함께 해 오고 있다. 만나면 반가워서 부르고, 헤어질 때면 아쉬워서 부르고, 우리가 국제적으로 한민족공동체임을 알려야할 때는 모두 함께 불렀다. 아주 오래 전부터 분단도, 이산도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 아리랑이 두 국적으로 나뉘게 되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란 이름으로!
2012년 12월5일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우리가 신청한 아리랑이 ‘Arirang, lyrical folk song in the Republic of Korea’(한국 서정민요 아리랑)이라는 명칭으로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아리랑의 역사적 가치와 다양한 존재 양상, 아름다운 선율이 국제 사회에서 공감을 얻은 결과이다. 그래서 유례없이 문화재청장과 인간문화재 명창이 참가해 회의장에서 축하 무대도 가졌다. 국내에서도 즉시 자축을 했고, 정부도 대표적인 문화자원이자 국민통합의 구심점이라며 여러 형태로 국내외에서 행사를 하게 했다.
이어 2014년 11월27일, 북한이 5살 어린이의 ‘아리랑이 좋아요’라는 서명과 함께 신청한 아리랑이 ‘Arirang Folk song in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민요 아리랑)로 같이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아리랑이 사회관계를 돈독하게 하고 상호 존중과 평화로운 사회발전에 기여한다고 평가한 결과이다.
민족유산보호지도국 비물질유산처는 “북과 남, 해외의 전체 조선 사람들에게 유구한 역사와 찬란한 문화를 가진 조선 민족의 한 성원이라는 긍지감을 안겨줄 것”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아리랑 등재가 ‘민족화합의 선물’이라며 신년 신문의 문화면을 장식시키기도 했다.
이상의 두 등재는 2011년 아리랑을 ‘현재 한겨레공동체가 향유하는 노래’라고 한 1년 후 ‘한국 서정민요 아리랑’으로, 다시 2년 후 ‘조선민요 아리랑’으로 각각 두 종의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나뉜 것이다. 두 나라가 서로 아리랑의 가치를 국제무대에 알려 세계화에 기여했다는 일부의 주장이나, 아리랑의 탁월한 보편성을 전 인류가 공유할 수 있게 하는데 유네스코가 기여했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탁월한 보편성 공유도, 세계화도 새삼스런 것이 아니다. 이미 아리랑이 ‘아름다운 한민족의 노래’라는 사실은 다양한 방식으로 세계로부터 인정받아 온 바이기에 이를 등재 효과로 얻겠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오히려 각각의 등재로 인하여 크게 잃은 것이 있다. 남북은 아리랑을 단일팀 단가로 합의하여 1990년부터 실천해 오고 있다. 이는 남과 북이 정치적으로 분단됐을 뿐, 민족적 동질성은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린 것이다. 이번 각자 등재로 바로 이 상징성이 훼손됐다는 상실감이 크다. 특히 아리랑을 ‘민족의 노래’로 불러오던 해외동포들은 ‘아리랑마저도 분단을!’이라며 한탄했다. 이를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량덕모 시인의 ‘타향의 바람결에 언뜻 스쳐도 뼛속까지 스며드는 아리랑’이란 시구나 고은 시인의 ‘아리랑은 나라이다’라는 시구를 어찌 달리 해석할 수 있단 말인가?
북한 당국에 묻는다. ‘우리는 아리랑 민족’이라는 말에 남한은 없는가? 없다면 ‘민족’을 빼야 한다. 통일신보 새해 첫날 논평 ‘아리랑, 민족화합의 선물’은 진정으로 민족화합을 원한 것인가? 그렇다면 아리랑을 남북화합의 우선 교류 대상으로 삼아 함께 해야 한다.
우리 정부에 묻는다. 아리랑이 역사적 가치가 있는 문화유산이라면 그 ‘역사적 가치’에서 북한의 아리랑은 제외된 것인가? 그렇다면 ‘역사’를 빼야 한다. 등재 2주년 기념공연 ‘대한민국아리랑대축제’에서 내세운 ‘문화자원이자 국민통합의 구심점인 아리랑 활성화 지속 추진’이란, 아리랑이 내적 국민통합 대상으로서만 가치가 있다는 의미인가? 아니라면 아리랑을 민족화합을 위한 남북교류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남북 당국에 공히 제안한다. 양측은 하루라도 빨리 교류협력을 위해 만나야 한다. 그래서 우선 민족동질성 회복과 문화통합을 위한 교류협력의 틀을 확고하게 마련하고 이에 대한 실천과제로 유네스코에 각각으로 등재한 아리랑을 남북합의에 의해 공동등재로 수정해야 한다. 남북합의에 의한 공동등재는 전 세계에 아리랑의 민족 통합적 가치를 알리는 것이고, 남북이 아리랑으로 하나라는 사실을 선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통상적으로 유네스코는 유사한 유산일 경우 공동등재를 권고한다. 남북 합의의 진정성을 유네스코가 수용하여 수정한다면, ‘국제협력을 촉진함으로써 세계평화와 인류 발전을 증진시킨다’는 유네스코 정신을 실천하는 길이기도 한 것이다.
이제 남북 당국은 아리랑 공동등재를 위한 협의에 나서야 한다. 양측이 유네스코에 제출한 신청서에 서명한 아리랑 향유 커뮤니티(concerned community; 남 19·북 6개 단체) 간의 교차 방문이나 이들에 의한 협의체를 구성할 수 있다. 우리 정부도 2012년 단독 신청 전까지 공동신청을 위한 노력을 했고, 북측도 등재가 ‘긍지감을 안겨줄 것’이라 했으니 공동등재는 이 긍지감을 더 높여 주는 것이 될 것이다.
이 협의체가 결성된다면 아리랑 교류의 지속을 담보하기 위해 여러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특히 1990년 남북이 단일팀 단가 ‘아리랑’ 합의 당시 공유한 영화 ‘아리랑’과 그 주제가 아리랑의 역사성 인정을 현실화 하여 ‘아리랑’ 개봉일인 10월1일을 ‘아리랑의 날’로 공동 지정하여 공동으로 기념하는 것을 추진할 수 있다. 이는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문화통합 사업임이 분명하다.
양측은 아리랑으로 막혔던 남북 교류의 물꼬를 터 주어야 한다. 그리고 합의에 의한 공동등재로 아리랑 의 가치를 인류사회에 입증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남북 당국 모두는 후손들에게 아리랑마저도 자국 등재 종목 숫자 늘리기에 이용했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고, 유네스코는 실질적인 갈등 조정 기회를 놓친 국제기구라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이것이 남북 당국이 서둘러 아리랑 교류를 해야 하는 이유이다.
하기 단체들은 양측 당국에 아리랑 교류를 청원하는 바이다.
사단법인 한겨레아리랑연합회 전국지회·사단법인 영남민요아리랑보존회·사단법인 문경새재아리랑보존회·사단법인 춘천의병아리랑보존회·공주아리랑보존회·아리랑학회·서울아리랑보존협의회·신나라·전통음악자연치유협회·아리랑인스티튜트 한국지부 오사카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