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노벨문학상 파트릭 모디아노가 펼치는 '기억의 예술'

"기억의 예술을 통해 표현하기 어려운 인간의 운명을 소환하고 독일 점령기 프랑스의 현실을 드러냈다."

스웨덴 한림원이 프랑스의 파트릭 모디아노(70)를 2014 노벨문학상의 주인공으로 선정하며 했던 말이다. 이 말을 실감할 수 있는 모디아노의 작품 '팔월의 일요일들'(1986) '추억을 완성하기 위하여'(1977)가 문학동네를 통해 새롭게 출간됐다.

1945년 2차 세계대전의 참화 속에서 태어난 작가는 기억과 현실, 과거와 현재를 모호하게 뒤섞는 묘사를 통해 인간 생의 본질과 정체성을 조망해왔다. '팔월의 일요일들'은 그런 모디아노 소설의 원형이다.

대표작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등의 작품에 여러 번 등장한 바 있는 지중해 연안의 휴양도시 니스가 배경이다. 평화롭고 한적한 도시 니스는 '팔월의 일요일'에서 주인공의 어렴풋한 과거의 기억과 불확실한 현실을 담아내는 무대장치로 기능한다.

남모를 비밀을 안고 도망치듯 낯선 곳으로 떠나온 '나'는 옛 호텔 건물을 개조한 하숙집에 머무르며 연인 '실비아'와 새로운 출발을 꿈꾼다. 그녀가 지니고 있는 커다란 다이아몬드 '남십자성'을 처분해 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어느날 미국인 부부가 다이아몬드를 사겠다는 제안을 하고 '실비아'는 다이아몬드와 함께 사라진다. 실비아를 찾아 나서지만, 행적은 물론 모든 일이 모호하다.

모디아노 소설에 단골로 등장하는 상실과 망각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상황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생략한 채 간헐적으로 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등 단편적이고 불연속적인 묘사를 통해 실체부터 모호한 인간의 기억을 효과적으로 그린다. 김화영 옮김, 268쪽, 1만3500원

'추억을 완성하기 위하여'는 모디아노의 초기작으로 그의 작품 중 자전적 색채가 가장 짙은 것으로 평가받는 소설이다. 모두 15개 장은 연속적인 줄거리 없이 독립된 이야기들로 이루어졌다.

책 전체가 어렴풋한 이미지로 남은 기억을 더듬어가는 여정이다. 일인칭 화자 '나'는 딸아이를 얻은 아버지, 아버지와 함께 시골 별장을 찾아 사냥을 하는 아들, 이집트에서 실종된 한 쇼맨의 전기를 쓰며 작가가 되고자 하는 젊은이, 영화 시나리오 각색을 맡은 작가 등으로 각 장에 등장한다. '나'가 파트릭 모디아노라고 이름을 밝히면서 소설의 자전적 경향은 더 뚜렷해진다.

소설에는 호적 등록부와 세례 증명서 등의 서류, 수많은 도시와 길, 인물들의 이름은 물론이고 영화와 책, 라디오 프로그램 제목과 낡은 전화번호부에 실린 주소와 전화번호까지 등장한다. 이들 객관적인 문서와 고유명사, 숫자 등은 부분적으로 사실적이고 정확하지만 그 사이는 단절된 구멍으로 존재한다. 이런 사실은 작품 형식에도 반영돼 하나의 장은 다음 장과 이어지지 않고 이야기에 대한 기대를 유예시킨다. 김화영 옮김, 2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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