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물병과 수반’ ‘머리손질용 하트 의자’ ‘세브르 왕립 도자기 제조소의 향로’ ‘영국식 드레스’ ‘생클루 도자 제조소에서 만든 현대판 피크닉 세트’ ‘향수병 ‘플라스크’ ‘여성용 슬리퍼 뮬’….
프랑스 장식예술박물관의 대표적 소장품들이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된다. 13일부터 내년 3월29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1·2·3전시실에 ‘프랑스 장식예술박물관 특별전 - 파리, 일상의 유혹’이란 제목으로 18세기 프랑스 일상의 예술을 보여주는 장식예술품과 디자인 오브제 320여 점을 전시한다.
장식예술박물관에는 중세에서 현대에 이르는 예술사의 중요한 장식예술품과 디자인 오브제 5만여 점이 소장돼 있다.
전시장은 프랑스 파리 국립 로댕 박물관을 모티프로 연출했다. 1728년 건축된 로댕 박물관은 18세기의 유명한 부르주아였던 페이랑크 드 모라스의 저택이다.
전시장 안에선 프랑스식 정원과 18세기 로코코 양식의 화려함을 맛볼 수 있다. 정원을 따라 이어진 수많은 오브제 작품과 그 작품을 만든 장인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정원 가운데 있는 저택 안으로 들어서면 당시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현관을 비롯해 침실, 살롱, 서재, 안방, 식당, 드레스룸, 화장실 등을 만날 수 있다.
드레스룸 안에 설치된 ‘비데’도 있다. 하수도 시설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던 18세기 파리 저택에는 화장실이 드레스룸 안에 있다. 오늘날 탈의실이나 화장실 정도에 해당하는 ‘가르드 로브’에서 코르셋과 같은 속옷을 착용하거나 용변을 보기도 했다. 이 공간에서 ‘볼일’을 볼 때 사용했던 기구가 바로 ‘비데’다.
비데는 일반 의자처럼 보이는 외관의 뚜껑을 들어내면 용변을 볼 수 있는 깜찍한 구멍이 나오고 유리나 자기로 된 요강을 넣어 둘 수 있도록 고안됐다. 의자와는 달리, 등받이 부분을 정면으로 향하게 하고 걸터앉는 구조로 활용됐다. 등받이 윗부분에는 향수 등의 화장 도구들을 넣을 수 있는 칸이 있다.
화려한 무늬가 새겨진 도자기 재질의 ‘가발 보관대’와 요강의 일종인 ‘부르달루’, 귀족이 저택에서 머리 손질할 때 사용한 등받이가 하트 모양으로 만들어진 의자, 귀부인들이 주로 사용한 의자 ‘뒤셰스 브리제’, 18세기 저택의 밤 침실을 밝혀 주는 초를 꽂아둔 촛대 ‘야등’, 18세기 대표적인 실내 장식품 ‘향로’ 등도 전시됐다.
올리비에 가베 프랑스 장식예술박물관장은 “이번 전시를 구성할 때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긴 것이 바로 미장센, 즉 공간 연출”이라며 “서울 전시에서는 18세기 파리의 귀족저택을 재현하고 그 안에서 관람객들이 마치 귀족이 된 듯 그들의 일상을 따라다니며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완벽하게 재현된 공간 속에 마치 ‘타임캡슐’처럼 넣어 두는 것”이라며 “굳이 작품을 설명하기 위한 구구절절한 텍스트들을 나열하지 않아도 마치 지금 내가 사용하고 있는 듯 자연스럽게 콘텐츠를 이해할 수 있는 최고의 전시 방법이라고 자부한다”고 덧붙였다. 02-584-709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