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서 한글과 영어의 서체 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 독특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 4일 개막돼 8일까지 맨해튼 멀베리 스트릿의 오픈하우스 갤러리에서 열리는 타이포그래피 ‘Found In Translation’이 화제의 전시회다.
비영리단체인 ‘스티그마 카그니션 뉴욕(S&C NY)’이 주최하는 이번 전시는 한국과 미국 영국에서 타이포 작가로 활동하는 44명의 작가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활판인쇄술을 의미하는 타이포그래피(typography)는 글자를 일종한 틀로 짜맞추는 활자 예술 작품들이다.
타이포그래피의 대가인 프랫대학의 토니 디 스피그나 교수를 비롯, ‘Made In NY’ 로고를 디자인한 라파엘 에스쿠어, 영국의 유명 타이포그래피 디자이너 제드 팔머 등 저명한 22명의 외국 작가들과 한국에서 활발히 활동중인 김강인, 박철희, 임솔, 윤민구 등 22명의 젊은 세대 작가들이 참여했다.
4일 열린 오프닝 행사는 600명 이상의 관람객이 몰려 전시장 밖으로 줄을 길게 서는 등 장사진을 이뤘다. 미국 관객들은 “한글 서체가 3차원적인 느낌도 주는 등 아름답고 독특하다”고 감탄하는 모습이었다.
이번 전시는 지난 해 한국작가 9명이 한글 작품을 소개한 이후 두 번째로 마련됐다. S&C NY의 김휘용 공동대표는 “지난해 전시가 외국인들에게 한글이라는 고유문자를 소개하는 단계였다면, 올해 전시는 외국인들과 한층 더 가깝게 소통할 수 있도록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한글과 영어 사이의 교집합적 요소를 찾아서 기획했다”고 소개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기도 한 김휘용 대표는 “영어와 한글은 생김새도 표현방법도 문화도 다르지만,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문구들이 있다. 예를 들어 ‘Grass is always greener on the other side’는 직역하면 ‘반대쪽의 잔디가 늘 더 푸르다’이지만 우리 속담인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와 아주 흡사하다”고 설명했다.
김대표는 “이러한 교집합적인 문구들을 이용해 단순히 한글을 소개하는 일차적인 전시가 아니라 한국의 언어적 표현 방법에 담긴 정서를 공유함으로 한글과 한국 문화를 더욱 재미있게 받아드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마찬가지 취지에서 S&C NY는 한국에서도 영어권 국가의 문화를 보다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내년 3월 서울에서 한미영 작가들이 참여하는 최초의 타이포그래피 전시회를 추진하고 있다.
2012년 김휘용씨와 한경민씨가 창립한 S&C NY는 경영전문가 강동균씨 등 3인이 공동대표를 맡는 등 디자이너, 광고기획자 등 젊은 한인전문가 10명이 이끌어가고 있다.
지난해 뉴요커들의 눈높이에 맞춰 독도와 한국의 문화를 홍보하는 거리 사진전 ‘코리안 스타트 프럼 독도’ 등 한국을 알리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