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공연 예술마켓인 캐나다 몬트리올의 '시나르'는 30주년을 맞은 올해 음악 프로그램을 강화했다.
4회째를 맞는 북미 첫 월드뮤직마켓 '문디알 몬트리올 음악마켓'과 처음으로 공연을 연계하는 등 전반적으로 음악 프로그램이 탄탄해졌다. 그간 이 마켓은 서커스, 무용, 연극 등에 치중했다.
몬트리올은 본래 음악도시이기도 하다. 매년 여름 열리는 '몬트리올 국제 재즈 페스티벌'은 세계적인 페스티벌이다. 대중음악계 '음유시인'으로 통하는 레너드 코헨이 태어난 도시이기도 하다. 이번 시나르 비공식 쇼케이스인 '오프 시나르'에서 덴마크 예술단체는 코헨의 노래와 가사를 바탕으로 서커스에 기반한 총체극을 선보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새로운 '월드 뮤직'에 대한 관심도가 높았다. 시나르 마지막날인 22일 오후(현지시간) 몬트리올 내 공연장 '살 피에르 메르퀴르(Salle Pierre Mercure)'에서 열린 공식 쇼케이스에서는 특히 한국의 월드뮤직그룹 '공명'이 주목 받았다.
마지막날이라 전날 같은 장소에서 열린 또 다른 공식 쇼케이스 '시나르 + 문디알 몬트리올' 때보다 운집한 관계자들의 숫자는 적었지만 집중도가 높았다.
공명은 이날 자신들이 만든 브랜드 공연 4개 중 대표작인 '위드 시(Sea)'를 선보였다. 배를 타고 바다로 나아가는 기분이 들게 하는 음악이다. 출항 전의 설렘과 초조, 승선 뒤의 울렁거림, 바다의 광활함과 몽환성 등이 멜로디로 표현됐다.
공명은 박승원(기타·피리), 송경근(대금·소금), 강선일(장구·하모니카) 등 추계예술대 국악과 동기들이 뭉친 팀이다. 2010년부터 원년 멤버 조민수 대신 '젊은 피' 임용주(북·드럼통)가 활약하고 있다.
전통음악에 서양악기 등을 결합한 창작음악을 선보여 호평받고 있다. 무엇보다 새로우면서도 다양한 악기를 사용한다. 이날 공연에서도 태평소와 꽹과리, 자바라 등 전통 악기 외에 대나무를 사용해 만든 죽훈, 개량한 자일로폰 등을 통해 새로운 소리를 선보여 해외 음악 관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시나르 측은 공식 프로그램 북에서 공명에 대해 "움푹 파인 대나무로 다양한 소리를 만드는 팀"이라고 소개했다.
쇼케이스라 25분간 약식 공연을 했지만 울림이 컸다. 이번이 시나르 두 번째 무대였다. 앞서 2010년 시나르 무대에 오른 이들은 세계 곳곳의 음악 페스티벌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쌓고 있다.
호주의 안무가와 인도네시아의 보컬이 뭉친 '에이드 수하르토 페니 칸드라 리니(Ade Suharto Peni Candra Rini), 캐나다 퀘벡 출신으로 재즈와 집시 등이 섞인 클래식 선율을 선보이는 '클레즈토리(Kleztory)', 신체극과 결합된 클래식 선율을 들려주는 캐나다 퀘백의 '마르 부아뱅 콰토르 보지니(Marc Boivin Quatuor Bozzini)' 등 이날 쇼케이스를 함께 한 튀는 팀들 사이에서도 주목 받은 이유다.
캐나다 현지에서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공연 프로모터는 공명에 대해 "네 멤버가 독특한 악기를 사용해 개성 강한 연주를 선보이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점이 신기했다"면서 "한국적인 색채가 분명히 있는데 그것만 강조하지는 않더라"고 말했다.
이날 쇼케이스를 지켜본 예술경영지원센터 정재왈 대표는 "공명은 세계 월드뮤직 팀 중에서도 세련되면서 보편적인 언어를 구사하는 팀"이라고 말했다.
공연 전 현지에서 인터뷰한 공명의 리더 박승원은 "우리의 장점은 창의적인 악기를 다루는 것"이라면서 "예전에는 전통에 다양한 걸 섞는 퓨전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이를 넘어 독창적인 걸 보여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앞서 공명은 지난 19일 최동환 주몬트리올 총영사 초청으로 몬트리올 내 클럽에서 현지에 사는 한국인들을 위해 특별 공연을 펼쳤다. 당시에도 전통음악과 현대음악이 결합된 무대로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한편, 공명에 앞서 무용단체 '안성수 픽업그룹'이 19일 시나르 공식 쇼케이스 무대에 올랐다. 이번 시나르에서 공연하기 위해 총 323개의 단체가 공모에 지원했다. 공식 쇼케이스에는 23개 단체가 최종 선정됐다. 캐나다 외 해외작품은 총 14편이다. 한 국가에서 2편의 공식쇼케이스가 선정된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