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1세대 월드뮤직그룹 '공명' "아직 할일 많다"…시나르 두번째 쇼케이스

월드뮤직 그룹 '공명'은 퓨전 국악의 세계 진출을 이끈 1세대다. '잠비나이' '고래야' 등 세계를 무대로 활약 중인 국악 기반 그룹들에 앞서 길을 닦았다. 

1997년 결성 이후 17년 동안 38개국에서 100여 회 공연했다. 올해는 캐나다 몬트리올의 세계적인 국제 공연예술마켓인 '제16회 시나르(CINARS)'의 공식 쇼케이스 팀에 선정됐다. 

지난 17일(현지시간) 개막한 이 행사의 22일 공식 쇼케이스 무대에 오른다. 올해 시나르 공모에 지원한 323개의 단체 중 공식 쇼케이스에 선정된 단체는 23개에 불과하다. 캐나다 외 외국작품은 14편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대표 정재왈)의 지원으로 '공명'과 함께 무용 단체 '안성수 픽업그룹'이 공식 쇼케이스에 선정됐다. 한 국가에서 두 편의 공식 쇼케이스가 선정된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특히 공명이 시나르에 참여하는 건 2010년에 이어 두 번째다. 

쇼케이스에 앞서 20일 몬트리올 내 페어몽 드 엘리자베스 호텔에서 만난 공명의 리더 박승원은 "이번 무대를 통해 다른 페스티벌에서도 공연할 수 있게됐으면 한다"며 "우리뿐만 아니라 한국의 다른 팀들이 세계에서 꾸준히 공연할 기회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공명은 박승원(기타·피리), 송경근(대금·소금), 강선일(장구·하모니카) 등 추계예술대 국악과 동기들이 뭉친 팀이다. 2010년부터 원년 멤버 조민수 대신 '젊은 피' 임용주(북·드럼통)가 활약하고 있다. 전통음악에 서양악기 등을 결합한 창작음악을 선보여 호평받고 있다.

무엇보다 전통을 넘어 새로운 악기와 음악을 창조한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직접 개발한 대나무 악기 '공명'이 대표적이다. 높이와 굵기가 다양한 대나무가 빚어내는 깊은 울림에 귀가 호강한다. 송경근은 공연 중 즉석에서 쇠파이프와 전기드릴로 피리를 만들어 연주한 뒤 관객에게 선물로 주기도 한다.

박승원은 "우리의 장점은 창의적인 악기를 다룬다는 것"이라면서 "예전에는 전통에 다양한 걸 섞는 퓨전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이를 넘어 독창적인 걸 보여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임용주는 "(팀에)합류하기 전 바깥에서 볼 때 보다 내부에서 보니 더 창의적인 부분이 많더라"며 "새로운 악기를 만드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새로운 소리를 만드는 데 더 신경을 써요. 그런 부분들이 새로움을 더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시나르 쇼케이스에서 반으로 자른 드럼통을 연주한다.

공명은 전날 몬트리올 내 공연장 '살 피에르 메르퀴르(Salle Pierre Mercure)' 인근 클럽에서 공연했다. 최동환 주몬트리올 총영사가 공명을 초청했다. 현지에 사는 한국인들을 위해 마련된 약식 공연이었음에도 공연장 열기는 뜨거웠다. 

송경근은 "대중음악 형태가 아니라 국악적인 부분들로 인해 교포분들이 향수를 느끼며 좋아하시는 것 같다"면서 "어디를 가도 위로를 받으시는 것 같아 저희도 기쁘다"고 즐거워했다. 

공명은 국내 보다 해외에서 더 많이 알려졌다. 외국 투어 요청이 끊이지 않는다. 국적과 남녀노소를 넘어 인기를 끄는 비결은 '진솔함'이다. 현재 곳곳에서 공연 중인 브랜드 '고원'이 대표적이다. 멤버들이 산에서 별을 보며 커피를 나눠 마시던 기억을 담았다. 그때 기억을 되살리며 무대에서 원두를 갈아서 만든 커피를 관객들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송경근은 "퍼포먼스라기보다는 산에서 느낀 감성을 음악을 통해 관객들에게 진솔하게 전달하고 싶었다"며 눈을 빛냈다. 

연주 도중 벌이는 퍼포먼스는 K팝 아이돌 그룹처럼 화려하지 않다. 박승원은 "공연 중 퍼포먼스가 어색할 때가 있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하지만 그런 완벽에 못미치는 여백이 되레 관객들이 감정을 이입할 틈을 만들어준다. 같이 놀고 즐길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셈이다. 박승원은 "우리가 느끼고 부딪히는 것들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려는 노력을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고 웃었다. 

1세대 해외 진출 팀으로서 뿌듯함과 함께 책임감을 느낄 법하다. 공명 멤버들은 아직 할 일이 많다고 했다. 국내 다른 팀들이 해외로 진출할 발판을 만든 역할로 끝내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 

박승원은 "월드뮤직으로 세계 진출을 노리는 한국의 다른 팀들과 행보를 같이 하고 싶다"고 바랐다. "후배들이 저희와 같은 음악을 하려면 아직도 많은 용기가 필요해요. 현재의 포지션을 두려워하지 말고, 좀 더 진취적으로 외국에 진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공명은 음악 외적인 면에서도 모범적인 팀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통음악을 하며 잦은 해외투어 등 바쁜 일정 속에서도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임용주는 "모범적이면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팀이 맞는 것 같다"면서 "70~80세까지도 이대로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12월26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KB청소년 하늘극장에서 펼치는 단독 콘서트 '자연으로 통하는 비상구-고원'은 공명이 여전히 발전하고 있음을 새삼 확인할 수 있는 무대다. 

박승원은 "우리 브랜드 공연 '고원'을 선보이는 자리"라면서 "예전에는 공명 자체를 원해서 초대하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고원' 공연을 확실히 명기하는 분들이 국내외에서 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지난 6월 스웨덴 라트빅에서 열린 '제35회 유럽방송연맹(EBU) 민속축제' 무대에서도 '고원'을 선보여 호평받은 바 있다. 

박승원은 "공명의 색깔뿐 아니라 콘서트 브랜드를 기획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게 된 계기"라고 말했다. 단지 팀 지명도를 넘어 세계에서 통할 수 있는 공연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의지다. 이미 공명은 세계 무대에서 앞서갈 준비가 됐다. 콘서트 직전 '고원'의 마지막 작품을 담은 음반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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