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미완성이어서 더 감동적인…'일러스트 최초의 인간'

20세기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알베르 카뮈(1913~1960)는 1957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지 3년 뒤인 1960년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했다. 당시 사고 현장에는 카뮈의 작은 가방이 발견됐다. 가방 속에는 ‘최초의 인간’ 원고가 있었다.

‘최초의 인간’과 관련된 기록은 1951년 그의 ‘작가 수첩’에 등장한다. 이후 1953년 10월 구상에 착수, 3년간 등장인물, 장면, 사건, 심리 등을 메모했다.

건강 악화 등으로 집필을 중단했던 카뮈는 1959년 5월 ‘최초의 인간’ 제1부에 진척이 있다’는 문구를 남겼다. 카뮈는 이후 사망하기까지 약 7개월간 ‘최초의 인간’을 썼다. 하지만 마침표를 찍지는 못했다.

카뮈의 딸 카트린은 ‘때로는 마침표도 쉼표도 찍지 않은 채 판독하기 어려운 속필로 펜을 달려 쓴 144페이지의 원고’라고 미완의 ‘최초의 인간’을 말했다. 르 몽드지는 ‘미완성이어서 독자를 더욱 감동 시키는 고백’이라고 평했다.

‘최초의 인간’은 카뮈 자신이었다. 원래 이 소설은 유년기·청장년기(정치적 입장, 알제리 문제, 레지스탕스)·어머니(아랍 문제, 식민지 문제, 서구의 운명) 등 3부작으로 구상됐지만 카뮈의 돌연한 죽음으로 제1부인 유년기에서 더 이상 진행되지 못했다.

미완의 소설은 ‘자크’가 자신이 한 살 때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사망한 아버지의 묘소를 찾아 프랑스 생브리외의 공동 묘지를 찾아가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전까지 아버지에 대해 피상적으로밖에 생각하지 않았던 자크는 죽은 아버지의 나이가 스물아홉으로 자신의 나이 마흔보다 훨씬 젊다는 것을 깨닫는다. 자크는 아버지와 자신의 삶에 대해 관심을 갖고 ‘최초의 인간’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이번에 출간된 ‘일러스트 최초의 인간’은 1994년 세상의 빛을 본 카뮈의 미완성 유작 ‘최초의 인간’ 출간 20주년을 기념해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기획한 특별판이다.

앙굴렘 국제만화축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흑백 일러스트의 거장 호세 무뇨스의 일러스트가 더해졌다. 무뇨스는 작업을 위해 직접 알제리를 방문하는 등 공을 들였다. “카뮈의 작품을 흑백으로만 작업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림, 그것은 빛의 폭발에 다름 아니다. 내게 신적인 존재와도 같은 카뮈의 작품에서도 마찬가지였다”는 마음이다.

작품 구상 노트 사이에 끼워져 있던 낱장의 메모들, 노트와 구상,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직후 스승 루이 제르맹에게 보낸 편지 등도 부록으로 수록됐다. 김화영 옮김, 400쪽, 1만4800원, 미메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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