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길의 화가’ 조성모 美대륙횡단 기념 개인전 눈길

몬로 ‘드림로즈 갤러리’에서 25일 오프닝 리셉션

‘길의 화가’로 잘 알려진 조성모 화백(55)이 미 대륙 횡단을 기념하는 개인전을 열게 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8월 조성모 화백은 한국에서 온 동생과 후배들 4명과 함께 16박17일 간 로스앤젤레스(LA)부터 뉴욕까지 6000여 마일(약 1만㎞)을 자동차로 달리는 대륙 횡단을 했다. 그저 대륙을 가로지르는 의미만이 아니라 주요 국립공원 등 명승지들을 두루 순례하는, 일명 ‘테마가 있는 횡단’이었다.

하루 평균 600㎞를 달리며 요세미티를 비롯, 세콰이아, 데스밸리, 그랜드캐년, 모뉴먼트밸리, 앤틸로우프캐년, 브라이어스캐년, 아치스, 그랜드테튼, 옐로스톤, 데이비스타워 내셔널모뉴먼트, 러시모어 내셔널메모리얼, 배드랜즈 국립공원 등을 들렀다. 영국의 BBC 방송이 ‘죽기 전에 꼭 봐야할 세계 50곳’ 중 5곳이 포함된 코스였다.

미 대륙 횡단은 평생 한 번 하기 힘든 경험이지만 조성모 화백에게는 더욱 특별했다. 그에게 붙는 ‘길의 작가’라는 수식어는 지난 20년 간 대부분의 작품에 도로 표지판이 트레이드 마크처럼 붙고 자연과 문명의 조화를 길(도로)에서 찾는 작품 활동을 고집스레 해 온 덕분이다.

충남 부여 출신인 그는 지난 1992년 도미, 브루클린 프랫 대학원에서 공부하며 가족을 돌봤다. 미국 생활 초기에 야간에 택시 아르바이트를 선택한 것도 도로를 달리며 미국을 알고 싶다는 열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 대륙을 굽이굽이 잇는 주요 도로를 얼마나 달리고 싶었을지 충분히 짐작할만 하다.

길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미 대륙 횡단을 통해 얻어진 특별한 감흥은 그의 작업에서 좀더 풍부해진 색상과 자연과 문명의 울림을 더욱 깊고 치밀하게 드러내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본래 그는 내년 쉘터 록 아트 갤러리에서 통산 32번째 개인전(그룹전은 145회)을 예정하고 있었지만 최근 그가 거주하는 몬로 지역에 최초의 화랑, 드림로즈 갤러리(관장 허금행)가 오픈하면서 개관 기념전을 요청받아 미 대륙 횡단과 함께 기념하는 전시회를 열게 됐다.

오는 25일부터 오프닝 리셉션을 갖고 다음달 15일까지 열리는 전시회 출품작은 엄선한 기존 작품과 신작 등 20여점으로 구성된다. 그의 작품은 길에서 만나는 자연과 문명의 스킨십에서 빚어지는 양면성의 이야기를 풍부한 감성과 정밀한 터치로 표현하고 있다.

‘길을 따라서(Along the Road)’ 시리즈는 그 자신이 생활하며 그때그때 부딪쳐 드러나는 편린들을 묘사하고 있다. 부도덕함과 부의 쏠림 등 현대의 부조리에 대한 반성과 갈등, 변화에 대한 희망의 과정이 끝없는 길로 상징화되며 도시의 모습이 환영(幻影)처럼 화면을 분할하고 있다.

조성모 화백은 “다음 세대의 공정한 기회와 삶의 질을 위해 모순된 현 사회가 변화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싶다”면서 “화가로서 조형의 힘을 빌려 ‘잘못된 길(Wrong Way)라는 부제를 단 작품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가진 자와 높은 자가, 갖지 못한 자와 낮은 자를 위해, 진정한 사랑으로 배려와 나눔을 실천할 때 이 사회는 변화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소망을 드러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2012년만 해도 서울과 수원 부산에서 순회전을 갖고 뉴욕 롱아일랜드시티, 뉴저지 리지필드에서 전시회를 갖는 등 3차례나 개인전을 열었던 그가 최근 2년 간 주요 그룹전에만 참여했던 것은 왜일까.

그해 겨울 오랜 보금자리였던 뉴욕시티를 떠나 뉴욕주 오렌지카운티의 몬로로 둥지를 옮겼다. 그전까지는 작업실과 거주지가 분리됐지만 지금은 2.7에이커(약3500평)의 넓은 부지에 별장처럼 멋드러진 하우스와 아트스튜디오가 있다.

몬로 다운타운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그의 집은 산중턱의 마을 글루밍그로브에 위치하고 있다. 주변은 수십미터 높이의 나무들로 빽빽하고 실개울이 흐르는 그림같은 곳이다. 그러나 집 안팎으로 손댈 곳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지난 1년반에 걸쳐 그는 불필요한 나무들을 베고 대추나무 등 유실수들을 심었다. 마당 곳곳에 평상과 벤치를 만들고 개울에 나무다리도 놓았다. 제법 큰 규모의 텃밭도 조성해 땀흘리는 농사의 즐거움도 만끽했다. 별채 규모의 아트 스튜디오도 직접 만들었다. 이 모든 작업들을 홀로 하다 보니 작품에 매달릴 시간이 부족했다고 털어놓았다.

조성모 화백은 “거의 두 달을 찾은 끝에 지금의 장소에 안착했다. 나이 들어 꿈에 그리던 환경에서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기쁨 속에 집 안팎을 고쳐나갔다”면서 “그 동안 문명과 자연의 스킨십으로 일어나는 이야기를 조형적 언어로 담아내는 작업을 해왔던지라 가까이에서 자연과 호흡하고 오감(五感)으로 느끼며 작업에 매진 할 수 있게 됐다”고 환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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