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10일 정형민 국립현대미술관장이 서류전형 점수를 조작하거나 면접시험에 직접 참석하는 방법으로 옛 부하와 제자를 부당 채용한 사실을 확인하고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앞서 감사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의 학예연구사 채용심사에서 불거진 특혜 의혹에 대해 국회가 감사를 요구함에 따라 6~7월 국립중앙박물관·국립중앙도서관·국립국악원·국립민속박물관·국립현대미술관 등을 대상으로 '학예연구사 특별채용실태'를 점검해 왔다.
학예사는 6급 연구직 공무원으로 '큐레이터'라고도 불리는데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학예사 채용시 자격요건에 미달한 응시자나 기관장의 제자 등이 특별채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정 관장은 지난해 9월 학예사 채용을 위한 서류전형 심사에서 과거 서울대미술관장 재직시 자신이 직접 뽑아 부하직원으로 데리고 있던 A씨가 7위로 불합격 대상이 되자 인사담당 직원에게 합격대상자로 올리도록 지시했다.
당시 A씨는 경력이 부족하고 어학점수도 제출하지 않아 직무경력과 어학능력에서 0점을 받았고 관련 자격증 점수도 2점에 불과했지만 정 관장의 지시로 점수가 조작돼 합격대상자인 3위로 순위가 올라갔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이후 정 관장은 이같은 점수 조작이 문제될 것을 우려해 인사담당 직원에게 시험위원들이 자필로 채점한 서류전형 채점표를 없애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특히 정 관장은 면접위원이 아닌데도 서류전형으로부터 20일 뒤 실시된 면접시험에 참석해 서울대 교수 재직 시절 석사학위 논문을 지도해 준 제자 B씨와 A씨의 채용에 개입했다.
당시 정 관장은 면접위원들과 같은 탁자에 앉아 면접에 참여하면서 A씨와 B씨에게는 예정된 시간인 10분보다 2배의 시간을 할애해 전시기획과 관련한 여러가지 질문을 한 반면 다른 응시자들의 경우에는 자기소개 등 형식적인 질문으로 일관했다고 감사원은 전했다.
결국 A씨와 B씨는 각각 근대미술이론 분야와 동양화이론 분야 면접에서 1등으로 합격해 같은해 11월 최종합격자로 결정됐다.
감사원은 지난달 19일 직권남용 및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대검찰청에 정 관장에 대한 수사를 요청했으며 문체부가 징계 여부 등을 결정토록 인사자료로 통보했다.
한편 감사원은 국정감사 당시 학예사 채용과 관련해 제기됐던 ▲자격요건 미달자 채용 ▲짬짜미 채용 ▲시험위원 위촉 규정 위반 ▲출신 대학별 차등 또는 우대 심사 등의 의혹에 대해서는 근거나 사례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