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위미술가 이건용, 대규모 회고전 '달팽이 걸음'

한국 전위미술의 원로 이건용(72)의 40년 작품세계를 조망하는 대규모 회고전이 마련됐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이 24일 개막한 ‘달팽이 걸음-이건용’이다. 1970년대부터 최근까지 작업한 회화와 조각, 드로잉, 설치 등 80여점으로 꾸몄다.

이건용은 1969년 결성 이후 현대미술에 대한 이론적 탐구와 실제 작품을 연결하고자 했던 ‘공간과 시간(ST)’을 이끌었다. ‘아방가르드 그룹(AG)’의 주요 구성원으로 활동했다. 특히 미술계 주류와 관계없이 개념미술, 행위 미술, 설치작업 등에서 실험적 시도를 하며 한국 현대미술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초기작품은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근원적인 물음에서 출발한다. ‘회화란, 조각이란 무엇인가?’를 되물으면서 깨닫게 된 것은 그림은 평면 위에 그려진 환영이며 조각이란 자연물에 가한 인공적인 손길의 흔적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의 재발견이다. 그에게 재발견의 순간은 예술이 다시 탄생하는 순간이다.

전시장에는 1971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한국미술협회전에서 처음 발표된 후 1973년 제8회 파리국제비엔날레에 출품해 주목받은 설치작 ‘신체항’이 들어서 있다. 흙에 뿌리내린 나무를 정방형의 지층과 함께 떼내어 전시장에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느낌이다.

회화이면서 설치작품의 성격을 지닌 ‘포’ 연작도 있다. 회화가 평면 위에 그려진 환영이라는 기본적인 명제를 다시 한 번 확인시키면서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재미와 묘미를 더하는 작품이다.

‘왜 화면을 마주 보고 그림을 그려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며 화면 뒤에서, 옆에서, 등지고 그리는 등 회화에 대한 독창적 접근을 보여준 ‘신체 드로잉’ 연작도 주목된다.

화면 뒤에서 앞으로 팔을 내밀어 그 팔이 닿는 데까지 선을 그어나가 완성하거나(신체드로잉 76-1), 화면을 몸 뒤에 세워두고 팔을 몸 뒤쪽으로 뻗어 선을 그어나가면서 자연스럽게 몸의 궤적을 드러내기도 한다.(신체드로잉 76-2)

이러한 이미지의 변주는 진화해 오늘날에도 다양한 회화작품을 생성하고 있다.

전시 제목과 같은 ‘달팽이 걸음’은 1979년 상파울루 비엔날레에서 처음 발표된 그의 대표적인 퍼포먼스 작품이다. 달팽이의 느린 걸음을 통해 문명의 빠른 속도를 가로질러 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발표 당시에는 당대 권력에 의해 상처받은 자신의 신체를 연상하게도 만들었다.

퍼포먼스 작품과 관련한 영상, 사진 등의 자료를 볼 수 있다. 전시 기간 월 1~2회 이건용이 직접 퍼포먼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현대미술사 연구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기획한 ‘한국현대미술작가 시리즈’의 하나다. 과천관은 3년간 회화, 사진, 건축, 공예 등 다양한 분야의 주요작가 22명의 작품을 소개한다.

전시는 12월14일까지다. 02-2188-6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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