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D 프린팅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캐릭터 완구를 비롯해 치아 임플란트나 인공장기 등 의료분야와 비행기 부품, 자동차까지 활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3D 프린팅을 이용해 권총 발사 실험에 성공하기도 했다.
3D 프린팅이 일상에 스며들면서 예술분야에서도 이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서울 율곡로 사비나미술관이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전시회를 마련했다. 15일 개막하는 ‘3D 프린팅 & 아트: 예술가의 새로운 창작 도구’다. 3D 프린터가 예술가의 작품 제작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으며 시각 예술과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핀다.
전시장에는 3D 프린팅으로 완성된 결과물을 비롯해 회화, 조각, 영상, 설치 등 50여점이 나온다. 참여 작가는 권혜원·김석·김병호·김승영·김영희·류호열·이주리·정명국·요아킴 바인홀트·조융희 등 21명이다.
권혜원은 “작업 과정은 4개월 정도다. 처음 접하는 분야여서 시행착오 끝에 완성됐다”고 밝혔다.
아쉬운 부분은, 3D 프린팅 시장은 초기 단계여서 미감 등 높은 퀄리티의 결과물을 내놓기는 힘들다는 점이다. 그러나 “비물질의 데이터를 물질로 구현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주목되는 분야”라고 기대했다.
이번 전시는 대림화학이 지원했다. 3D 프린터와 필라멘트를 무상으로 제공했다.
작가들은 보급형으로 제작된 FDM(Fused Deposition Modeling 수지압출법) 방식의 3D 프린터를 사용했다. 플라스틱 소재를 녹여 압출하면서 쌓아 올리는 방식이다. 온도의 변화에 민감하고 제작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단점이 있어 여러 차례 테스트해야 했다.
결과물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 권혜원은 조선 시대 한양의 물길 통로였던 ‘이간수문(二間水門)’의 표면, 김창겸은 삐닥하게 조립된 형태의 레고, 조융희는 변형된 비너스상, 노세환은 바나나와 사과를 실제 크기로 출력한 후 사진과 영상으로 촬영해 설치했다. 류호열은 3D 프린터의 출력물을 스톱모션으로 촬영해 프레임을 연결한 영상물의 형태로 제작했다.
신홍현 대림화학 대표 겸 3D 프린팅연구조합 이사장은 “작가들이 우리가 생각할 수 없는 부분들을 끌어냈다”면서 “앞으로 3D 프린팅의 저변확대를 위해서는 작가들과 자주 만나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며 흡족해했다.
국내에서 일반에 보급된 3D 프린터는 4000~5000대 정도다. 미국의 20분의 1 수준이다.
신 대표는 “불과 1~2년 사이에 이 정도로 발전했다. 앞으로 3~4년이면 3D 프린터 시장은 급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시장에는 관람객의 이해를 돕고자 실제 3D 프린터를 설치해 작업 과정을 보여준다. 전시는 7월6일까지다. 02-736-43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