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경천 장군 등 독립운동가 후손 11명 특별귀화

법무부, 12일 국적증서 수여 예정

"한국은 또 하나의 조국이다. 그토록 자유로운 나라를 열망했던 할아버지의 꿈이 지금 실현됐다."

만주와 연해주 일대에서 무장 독립운동을 벌였던 김경천 장군의 손녀 옐레나(54·여)씨는 5일 한국으로 특별 귀화하는 소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법무부는 이날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독립운동가 후손 11명이 한국 국적으로 특별귀화한다고 밝혔다. 대상은 김경천 장군의 손녀 옐레나씨 등 7명과 이위종 지사의 외손녀 류드밀라(79·여)씨 등 3명, 이인 초대 법무부 장관의 손자 이준(50)씨다.

김 장군은 항일 독립운동의 근거지였던 만주와 연해주에서 무장 투쟁을 이끌며 평생을 독립운동에 헌신했고, 이 지사는 1907년 만국평화회의가 열린 헤이그에 특사로 파견돼 을사늑약의 무효를 역설하며 구국운동에 일생을 바쳤다. 이 전 장관은 수많은 독립 운동가들의 무료로 변론하며 독립운동을 지원했다.

이들은 오는 1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리는 국적증서수여식에서 국적을 취득할 예정이다. 프랑스 국적인 이준씨를 제외한 후손들은 모두 러시아 국적이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안중근 의사 기념관에서 특별귀화를 위해 입국한 독립유공자 후손들과 만났다.

김 장관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발전은 독립유공자들의 조국 독립에 대한 고귀한 믿음과 헌신적인 희생으로 가능했다"며 "독립유공자 후손에게 국적을 부여해 순국 선열의 공적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옐레나씨는 "러시아에 강제 이주를 당한 할아버지는 자유로운 나라에서 사는 게 꿈이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그 뿌리였던 조국과 연결됐다"고 말했다.

김 장군의 일화에 대해서도 전했다. 옐레나씨는 "할아버지는 강한 군인 정신을 유독 강조했는데 프랑스 나폴레옹의 전기를 읽고 군인을 결심했다"며 "카자흐스탄 이주 당시에는 할머니 혼자 5명의 자녀를 키우느라 늘 배고픔에 굶주렸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설명했다.

변호사로 활동하며 할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이준씨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갖도록 뜻깊은 자리를 마련해 준데 감사하다"며 "국적을 회복한다는 것은 제 인생의 커다란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웃었다.

이 지사의 외손녀 류드밀라씨도 "할아버지는 러시아에서 살았지만 자손들이 한국 국적을 갖게 되기를 바랐을 것"이라며 "국적을 갖게 돼 매우 자랑스럽고 우리 후손들도 같은 생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안중근 의사 기념관에 걸려있던 이 지사의 사진을 발견한 후손들은 웃으며 사진을 쓰다듬기도 했다.

법무부는 향후에도 해외에 거주하는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찾아 특별귀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구한말, 일제강점기 등 정부수립 이전에 해외에서 태어났거나 이주한 재외동포들에게 국적 취득 수수료를 면제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했다.

2006년 이후 법무부가 특별귀화를 허가한 특별유공자 후손은 7월 기준 932명이다.

또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공익신탁을 활용해 생계비와 교육비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날 독립운동가 허겸 선생의 외현손 김대유(22)씨 등 독립유공자 후손 3명에게는 학비 지원 등을 위한 장학금이 전달됐다.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