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24일 전날 이뤄진 여야 원내대표, 원내수석부대표간 협의에 대해 "커튼 뒤에서 지침을 하달하는 대통령의 보이지 않는 손과 마주해야 했다"고 평가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이 같이 말한 뒤 "대통령이 대화가 아니라 권력으로 국회를 간접 지배하는 지금의 정치질서를 깨뜨리는 것이 더욱 더 절실해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원내대표는 "마치 하명 사항이 항상 있는 답안지를 보는듯 했다"며 "모범 답안에서 합의를 만들어야 해 어려운 협상일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전날 협의에서 '국정원 청문회'를 관철시키지 못한 데 대해 "국회 정보위에 앞으로 제출 돼야 할 30가지 자료 중 가장 중요한 로그 파일의 경우 전문가가 한달, 길게는 2~3달 검토 끝에 판단할 수 있다"며 "그것을 파악한 전문가가 청문회 감정인으로 나와서 국정원의 불법 해킹 프로그램에 대한 활동사항, 사용내역 등을 청문위원들에게 답하는 형식으로 자료를 봐야 할 것이라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정원은 로그파일을 국회에 제출하는 것도 부정적"이라며 "전문가도 없이 국정원에 와서 오로지 기계만 보라고 한다. 우리가 보아야 할 것은 한 달, 두 달 이상 시간이 소요된 로그파일의 전모"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2013년 6월15일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국 NSA의 무차별적인 도·감청을 폭로하면서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스노든은 도망자의 신세가 됐지만 미국에서는 도청·감시를 이제 프리덤법 제정으로 규제할 수 있게 됐다"며 "검찰에 나나테크를 비롯한 전현직 국정원장, 관계자를 고발했다. 국정원은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국정원을 지배하고 감독하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자서전에서 '메르켈 총리와 마음이 잘 통하는 것 같다'고 표현한 점을 두고도 "메르켈 총리 집권 시기 독일은 중산층·서민의 지갑은 두둑해졌다. 2013년 선거 후 사민당과 대연정을 하고 최저임금제, 은퇴연령 하향화를 수용하는 등 박 대통령과 친분이 깊다는 메르켈 총리는 대화와 타협을 통한 정치를 이끌어 가고 있다"며 "박 대통령은 이런 리더십이 없음이 분명하다"고 맹비난했다.
이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에게는 분열과 정쟁만 있다. 불통과 독선의 정치로 이끌고 있다"며 "메르켈과 마음만 통하는 게 아니라 리더십도 통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박 대통령이 중점적으로 추진키로 한 노동개혁에 대해 "임금피크제, 노동시장 유연화를 명목으로 중산층 마저 붕괴시키려 하고 있다. 결국 중산층 죽이기 개혁"이라며 "청년 일자리를 앞세워 쉬운 해고로 장년층을 깎아 대기업에 특혜를 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대통령의 노동개혁 나침반은 노동시장의 고용 안정성을 높이는 방향이라고 말하지만 이미 OECD 국가 중 우리나라는 노동안정성이 최하위"라며 "(박 대통령은) 노노(勞勞) 갈등과 세대갈등을 동력으로 하는 분열과 정쟁의 정치를 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원내대표는 전날 유승희 최고위원과 이용득 최고위원이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거칠게 언성을 높인 사실을 언급, "다양한 의견이 보장되는 당내 문제에 대해 다소 위압적인 방법으로 표출된 것 같다"며 "같은 최고위원회의 구성원으로서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