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국무총리가 오는 18일로 취임 한 달을 맞는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물러나 52일이나 계속된 총리 공백사태 이후 취임한 황 총리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등 주요 현안들에 능동적으로 대처, 연착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황 총리는 취임과 동시에 어깨가 무거웠다.
무엇보다 예상치 못한 메르스 사태 수습이 시급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와 허술한 방역망, 사태 해결을 총괄할 '컨트롤 타워' 부재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던 상황이다.
메르스 사태 해결의 컨트롤 타워임을 자임한 황 총리는 취임하자마자 연일 메르스 현장 대응 행보를 이어갔다.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뒤 취임식도 미룬 채 메르스 환자 격리와 치료의 최일선 현장인 국립중앙의료원과 중구 보건소를 방문했다.
하지만 이런 돌발 악재 속에서 '현장'과 '스피드'를 앞세운 황 총리 특유의 차분한 리더십은 흩어진 국정 동력을 모으고, 내실을 다지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또 황 총리는 새벽 인력시장을 비롯해 노숙인 무료급식소, 쪽방촌, 시장 등을 방문하는 등 민생 행보에도 힘을 쏟았다. 이는 '공안통' 이미지를 벗고 소통하는 통합형 국정 2인자의 이미지를 갖추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합형 총리'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하며 순항하고 있는 황 총리가 부정부패 척결과 사회·정치 개혁 등 만만치 않은 각종 국정 현안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되고 있다.
◇총리 첫 임무 메르스 '컨트롤 타워'…1차 관문 통과
취임 후 메르스 '컨트롤 타워'를 자임하고 나선 황 총리는 취임식도 미룬 채 국가지정 메르스 치료병원 등을 방문하면서 연일 메르스 현장 행보를 이어갔다.
최일선에서 환자 치료에 전념하는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직접 만나거나 전화통화를 하며 격려와 당부도 잊지 않았다.
특히 황 총리는 메르스 조기 종식을 위해 ▲현장중심 문제해결 ▲광범위한 선제조치 ▲즉각적인 실행 등 '3대 대처원칙'을 제시하며 국민 불안을 해소하는데 힘을 쏟았다.
또 보건복지부에 설치된 '중앙 메르스 관리대책본부'나 국민안전처 주관 '범정부 메르스대책 지원본부' 등 메르스 관련 대책기구가 4개나 가동되면서 발생한 부처가 혼선도 '메르스 대응 범정부대책회의' 통해 잠재웠다.
메르스 사태 해결을 위한 현장 행보와 과감하고 선제적인 대응책, 황 총리 특유의 차분하고 리더십까지 발휘되면서 취임 초반 황 총리를 향하던 비난 여론을 잠재우고, 1차 관문을 무난히 통과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친(親)서민 행보'로 '공안통' 이미지 벗어나
황 총리는 법무부 장관 재직 시절 대표적인 '공안통'으로 굵직한 공안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인사청문회 당시에는 국민통합과 소통에 부적격 인사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총리 취임 주말과 휴일도 잊은 채 민생 현장을 누비며 '친(親)서민 행보'로 국민들과의 접촉을 늘려나갔다.
먼저 지난달 26일 새벽 가락시장을 찾아 "여름철 채소 수급에 문제없도록 조치하겠다"고 약속하고, 전통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이 건넨 과일이나 음식도 덥석 받아 먹기도 했다.
다음날에는 지하철에서 시민들과 직접 만났다. 이날 메르스 범정부대책회의를 마치고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노숙인 무료급식시설인 '토마스의 집'까지 지하철로 이동했다.
지하철에서 만난 주부와 대학생, 회사원 등과 일자리와 물가 등 민생에 관련된 의견을 나눴다. 또 토마스의 집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앞치마를 직접 두른 채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배식을 하기도 했다.
지난 2일 새벽에는 서울 구로구 인력시장을 찾아 일용직 근로자들과 만나 함께 해장국을 먹으며 소탈하고 정겨운 이웃의 모습을 보여줬다.
황 총리의 친 서민 행보는 법무부 장관 시절 보여줬던 딱딱한 법조인 이미지와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이는 딱딱한 '공안통' 이미지는 국정 전반을 아우르고 국민 통합을 일궈내야하는 국정 2인자와는 어울리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인사 청문회에서 문제점으로 언급된 '소통 능력 부재'에 대한 비난도 잠재우고, 국정 2인자로서의 입지를 다지는데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김무성-황교안-이병기, 新 당·정·청 '순항' 예고…3인협의체도 가동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 지난 16일 청와대에서 회동했다.
지난 2월 이후 다섯 달 만에 열린 회동으로 유승민 사퇴 이후 당청 관계가 급속히 정상화되면서 한동안 중단됐던 고위 당정청 협의회 역시 조만간 열릴 것으로 보인다.
원유철 신임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고위 당·정·청 회동 정례화 제안했고, 청와대 역시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번주 내에 김 대표, 황 총리, 이병기 비서실장이 참석하는 고위 당정청 회의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단절됐던 당청 관계 회복을 비롯해 당정청 관계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원내시절부터 유대관계을 맺었던 김 대표와 이 실장의 당청라인에 황 총리까지 가세하면서 국정 운영의 새로운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황 총리는 앞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황우여 교육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함께 국정현안에 대해 조율하는 3인 협의체를 지난 14일 약 4개월만에 가동했다.
황 총리와 양 부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 내 총리 집무실에서 '티타임'을 겸한 별도 회동을 갖고 추경예산 등 국정 주요 현안에 대한 논의를 하며 내각의 '견고한 팀웍'을 바탕으로 하반기에는 경제 살리기와 민생안정 등 국정성과를 창출해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주요 현안에 대해 황 총리가 적극적인 조율을 통해 국정운영의 생산성을 높이는 역할에 적극 나섬으로써 위상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양날의 칼' 빼든 황교안, 사정(司正) 바람 예고
황 총리는 부정부패 척결을 내세우며 강력한 사정(司正) 바람을 예고했다.
황 총리는 부정부패 근절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표명하며, 전방위 사정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음을 내비쳤다.
황 총리는 지난 3일 출입기자들과의 기자 간담회에서 "반부패 개혁을 확실하게 추진해 우리나라가 올바른 국가로 성숙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비리가 자생하는 구조를 과감하게 제거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에게 불편과 고통을 준 고질적 비리를 찾아내 개혁하고, 부패 척결은 예외나 성역 없이 이뤄질 것"이라며 "적발과 처벌에 그치지 않고 제도 개선을 강구해 부정부패가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구조적 개혁 노력을 계속 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황 총리가 사정정국을 위해 전면에 나서면 '검찰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과 '총리는 특정 업무를 수행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특히 국정 주도권이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지나치게 사정정국으로 몰고 가려 한다면 여당내 계파갈등 재점화와 야당과의 갈등 등 자칫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려 낭패를 볼 수 있다. 안정적인 국정운영에 정치권의 도움이 필요한 황 총리 입장에서 볼 때 적지 않은 부담이다.
사정정국의 한파가 몰아칠 것이라는 우려를 의식한 듯 황 총리는 "전체 사회 분위기가 경제를 회복하고 민생이 안정되는 쪽으로 가는 것이 필요하고 중요한 상황인데 개혁 때문에 많은 사람이 위축돼 국민과 함께 가는 길이 저해돼선 안 된다"며 "비리는 처단하지만 잘 하는 부분은 잘 진작시키고 분위기를 돋울 수 있는 방안도 같이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과제도 만만치 않아
황 총리가 나름대로 지난 한달동안 성과를 거둬왔으나 우선 최대 현안인 메르스 사태가 아직 최종적으로 종식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경기침제가 더욱 심화되면서 사회 전반에 계층간 갈등도 깊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높은 청년실업난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점은 큰 문제다.
정부 각 부처간 협력과 조율을 통해 국정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고 민생경제를 회복시키는데 전력을 쏟아야 하는 것이다.
이와관련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추가경정예산안의 국회 처리도 관건이다. 황 총리가 특히 야당과의 소통을 강화하면서 협조를 얻어내야 하는 것이다.
또 사정정국 문제를 어떻게 큰 논란없이 풀어나가느냐도 관심이다. 상황에 따라 공안총리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킬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결국 이런 사안들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황 총리의 향후 위상과 총리직 수행의 성과가 최종적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