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유승민 사태'의 승자는 일단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대통령과 유 전 원내대표간 최근 여론조사 지지율 추이를 기준으로 판단하면 그렇다.
국회법 개정안을 놓고 대척점에 서서 극심한 갈등 구도를 형성했던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지지율이 뚜렷하게 엇갈린 추이를 그렸다.
국회법 개정안 처리를 주도한 유 전 원내대표는 지난 8일 '사퇴 권고'라는 의원총회 결과를 받아들여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지지율은 급등해 여권 내 차기 대선주자 1위에 올랐다.
반면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유 전 원내대표에게 사실상 사퇴를 압박한 박 대통령은 전주보다 2%포인트나 떨어져 대조를 보였다.
1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8일과 9일 이틀동안 '여권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유 전 원내대표는 19.2%를 기록해 같은 당 김무성 대표를 제치고 조사 이래 처음으로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2위는 김 대표로 6월 조사 대비 1.4%포인트 하락한 18.8%를 기록했다. 이어 ▲오세훈 전 서울시장 6.0% ▲김문수 전 경기지사 5.3% ▲정몽준 전 대표 4.4% ▲원희룡 제주지사 4.3% ▲홍준표 경남지사 2.6% ▲남경필 경기지사 1.9% 등의 순이었다.
이번 조사는 전국 19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50%)와 유선전화(50%) 임의전화걸기(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6.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유 전 원내대표의 지지율은 6월 조사 대비 13.8%포인트나 급등한 것이다.
6월 조사는 23일과 24일에 진행됐다. 이 시기는 지난 5월29일 국회법 개정안이 통과된 이후 국회법 개정안의 위헌 논란이 계속되던 때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25일)하기 직전이기도 하다.
특히 이 기간 청와대와 친박(친박근혜)계는 국회법 개정안 처리를 이유로 들며 유 전 원내대표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으나, 유 전 원내대표는 이에 굴하지 않는 정치 행보를 이어갔다.
6월과 7월 조사에서 유 전 원내대표의 지지율이 급등한 것을 놓고 정치권에선 '거부권 정국'에서 유 전 원내대표가 박근혜 대통령과 갈등 구도를 형성하며, 여권 내 '소신파'라는 인상을 심어줬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유 전 원내대표가 지난 8일 '사퇴의 변'에서 "저의 정치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헌법 1조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고 언급, 사실상 박 대통령을 비판하며 뚜렷한 정치 철학과 소신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교롭게도 같은기간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다소 하락해 대비를 이뤘다.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0일 발표한 7월 둘째 주 주간집계 결과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전주대비 2%포인트 하락한 32%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은 "대통령 직무 부정평가 이유에서 대통령의 소통이나 리더십 관련 지적이 2주 연속 늘었다"며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와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압박 영향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치권에선 이와관련, 여권 내 파워게임에서는 박 대통령이 승리를 거뒀지만 여론전에서는 소신과 뚝심을 바탕으로 순교자형 정치 행보를 택한 유 전 원내대표가 일단 승리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