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운영위원회 참석차 국회를 찾은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청와대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와 운영위에서 '어색하게' 조우했다.
이 비서실장과 유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회의에서는 별도의 사적인 인사 없이 회의를 진행하다 오후 회의 시작에 앞서 서로 악수하며 짧은 인사를 나눴다. 회의 산회 직후에는 약 7분간 짧은 회동을 가졌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날 운영위원장으로서 회의를 주재해 이 비서실장과 얼굴을 마주보고 앉았다.
통상 상임위원회 전체회의 전 소관기관장은 위원장실 등 별도의 공간에서 여야 의원들과 간단한 티타임을 하지만, 이날 이 비서실장은 미리 회의장에 입장해 있었고 유 원내대표는 회의 개의 직전 회의실로 입장했다.
유 원내대표가 이날 오전 회의장에 입장한 후 야당 의원들의 입장이 늦어지며 5분 정도의 시간이 있었지만, 유 원내대표와 이 비서실장은 서로 눈인사도 하지 않는 등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이날 회의에선 국회법 개정안을 비롯해 유 원내대표의 거취 논란 등이 쟁점이 됐지만 이에 대해 이 비서실장은 원론적 답변만 하며 말을 아꼈다.
이 비서실장은 운영위 연기 등 일련의 사태가 '청와대의 유승민 찍어내기'가 아니냐는 새정치연합 강동원 의원의 질의에 "조금 비약이 있다"고 반박했고, 유 원내대표에 대한 사퇴 압박은 국회에 대한 무시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청와대가 국회를 무시한 적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객관적 자세로 회의 진행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 원내대표는 야당 의원들이 이 비서실장에게 공격적 질문을 이어가자 "대통령에 대한 표현을 할 때, 여기 출석한 청와대 간부들에 대한 표현을 할 때 국회 차원에서 예의를 갖춰달라"고 자제에 나서기도 했다.
또 '성완종 리스트' 검찰 수사를 놓고 야당 의원들이 이 비서실장의 해명을 요구하자 "결산안 진행만 하겠다"며 선을 긋기도 했다.
오전 회의가 정회된 직후 유 원내대표는 이 비서실장과 인사를 나누려 했지만, 취재진들이 몰리자 인사를 나누지 못한 채 회의장을 곧바로 빠져나갔다. 이 비서실장 역시 유 원내대표 등 여당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지 못했다.
이 비서실장은 정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유 원내대표 거취에 관한 박 대통령의 입장'에 대해 "내가 복도에서 말할 입장이 아니다"라며 "더 말씀드릴 것이 없다"고만 밝혔다.
이 비서실장과 유 원내대표는 이어, 오후 회의 시작에 앞서 서로 악수하며 짧은 인사를 나눴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회의에 미리 참석한 이 비서실장에게 다가가 "아이고 인사가 늦었다"며 고개를 숙여 먼저 악수를 청했고, 이에 이 비서실장은 일어나 유 원내대표의 손을 맞잡았다.
유 원내대표는 "고생하십시오"라는 인사를 건넸고, 이 비서실장도 "네. 감사합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유 원내대표와 이 비서실장은 이날 회의 산회 직후 운영위원장실에서 7분 간의 회동을 가졌다. 유 원내대표가 이 비서실장에게 "차 한 잔 하자"며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둘을 비롯해 현정택 정책조정수석과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 김명연 민현주 원내대변인 등도 운영위원장실에 함께 들어갔지만, 그 안에 위치한 내실에서 유 원내대표와 이 비서실장은 따로 독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비서실장은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말 드릴 말씀 없다"면서 유 원내대표 거취 논란에 대해 이야기했냐는 질문에는 "지금부터 입이 없다. 정말 아무 말도 안 하겠다"고만 밝혔다. 청와대 의견을 전달했냐는 질문에도 "그런 것 없다"고 일축했다.
유 원내대표도 회동 직후 "별 얘기 안 했다"며 이 비서실장이 청와대의 뜻을 전달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것 없었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이 비서실장은 이날 운영위 전체회의 직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는 국회 본청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실에서 10여분간 단독 회동을 가졌다.
이에 관해 김 대표는 이날 오전 뉴시스와 만나 "(이 비서실장이 국회에) 온 김에 인사온 것"이라고 밝혔고, 이 비서실장도 "인사차 갔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국회법 개정안과 유 원내대표의 거취에 관한 논의도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