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이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고성을 지르며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한 돌출행동이 친박계가 주도해온 '유 원내대표 사퇴 압박'에 대한 상황을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 최고위원의 행동은 김 대표의 감정을 폭발시킨 것은 물론 다른 최고위원들로부터도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와 함께 유 원내대표를 고립시켜 사퇴를 압박하던 친박계 의원들은 도리어 입지가 좁아졌다는 해석이다. 즉 김 최고위원의 이날 행동이 친박계의 전략에 타격을 주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콩가루 집안이 잘 되는 것을 못 봤다. 당과 나라를 위해 용기 있는 결단을 촉구한다"며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거듭 주장했다.
이후 원유철 정책위의장이 "유 원내대표의 거취를 논한 최고위를 한 지 3일밖에 안됐는데 계속 그만두라고 하는 것은 이해가 안 간다. 너무한다"고 발언하자 김 최고위원은 "한 말씀 더 드리겠다"며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려 했다.
이때 김무성 대표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며 "회의 끝내!"라고 소리치자 김 최고위원은 "대표님! 이렇게 하실 수 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퇴할 이유가 분명히 있다. 이 상황이 사퇴다. 무슨 이런 회의가 있냐"며 고성을 냈다.
결국 모든 의원들은 퇴장하고 이 과정에 일부 의원들이 욕설을 하기도 하는 등 회의는 사실상 파행됐다.
김 최고위원은 이후 기자들을 만나 "오늘 제가 마지막 고언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마지막 고언"이라며 최후통첩을 날리기도 했다.
주변에 있던 친박(친박근혜)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의 만류도 소용없었다.
김을동 최고위원도 "이래가지고 무슨 당을 위해서, 기다릴 줄도 알아야지, 뭐하는 거야, 뭐하는 짓이야 도대체가. 이게 무슨 당이야"라고 성토하며 회의장을 빠져 나갔다.
김 최고위원의 돌출 행동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해 10월 경제활성화 법안 통과를 촉구하며 전격적인 사퇴를 선언했으며 이후 12일 만에 이를 철회하며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날 사태로 지난달 29일 최고위를 통해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한 이후 시간을 준다는 입장이었던 친박계 의원들은 난감한 상황에 봉착했다.
이후 추경 관련 당정협의에서 유 원내대표를 배제하고 운영위를 연기하는 등 유 원내대표에 대한 고사 작전이 진행됐지만 예상치 못한 전개가 펼쳐진 것이다.
실제 서청원, 이정현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 참석했지만 발언은 일절 하지 않았다.
친박계와 함께 그동안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해 왔던 이인제 최고위원 역시 "정당 의회정치의 마비로 되는 일이 거의 없다"고만 했을 뿐 유 원내대표의 거취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 최고위원은 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을 만나 "유 원내대표가 숙고하겠다고 했으니, 숙고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나는 할 이야기가 아무것도 없다"며 사퇴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