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최근 유통가에서 돋보이는 오너가운데 하나다.
형과의 후계경쟁에서 승기를 잡아 새로운 롯데의 사령탑으로 나선 신 회장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공격 경영에 나서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올 들어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에 6조원을 쏟아부었다. KT렌탈 인수에도 1조원을 투자했다. 제주시내 면세점 사업권 입찰전에서도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내 승리를 거머쥐었다.
KT렌탈 인수는 신 회장의 승부사적 기질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롯데는 인수전 내내 조용히 '들러리 모드'로 일관하다 막판에 1조200억원이라는 최고가를 베팅, 대역전극을 벌였다.
KT렌탈 인수는 롯데그룹의 금융계열사인 롯데손해보험과 롯데캐피탈에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자동차 리스, 보험 상품을 대폭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KT렌탈은 KT금호렌터카를 운영하고 있다. 보유한 자동차는 12만2220대(지난해 말 기준)에 이른다. 점유율은 26.6%로 1위다. 보험업계는 롯데손보가 KT렌탈로 인해 차보험, 퇴직연금 분야에서만 연 2000억원의 매출 증가를 이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 회장은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북동쪽 쿠르스카야역 인근에 자리한 10만3000㎡ 규모의 초대형 쇼핑몰 '아트리움'의 인수를 추진하는 등 글로벌 M&A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롯데그룹은 글로벌 M&A를 위해 지난 2월 국민연금과 5000억원씩을 투자해 코파펀드를 만들기도 했다.
신 회장은 2004년 10월 그룹 경영을 책임지는 정책본부장을 맡은 후 지금까지 11년 동안 10조원 가량을 들여 35개 기업을 인수하며 M&A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왔다.
그는 '위기는 기회'라는 신념으로 글로벌금융위기로 세계경제가 침체기였던 2008년부터 2010년 사이에 무려 22개의 기업을 인수, 공격 경영의 DNA를 내보였다.
두산주류BG(현 롯데주류), 중국 타임즈, 바이더웨이, GS리테일 백화점·마트, 말레이시아 타이탄 등이 롯데가 이 시기에 사들인 회사다.
그는 금융계열사에도 강한 애착을 보여왔다.
2007년에 대한화재(롯데손해보험)를, 2009~2010년 교통카드사인 이비카드를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LIG 손해보험을 인수, 롯데손보에 힘을 실었다.
신동빈 회장은 이같이 공격적인 M&A를 통해 2004년 23조원이던 그룹 매출액을 83조원대로 불렸다.
신 회장은 그룹 계열사 순환출자구조 정비에도 공을 들여왔다. 2013년 6000개에 육박했던 롯데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는 2014년 말 기준 400여개로 줄었다.
공격적 M&A에서 보여지는 신 회장의 승부사적 기질과, 금융 계열사에 대한 애착은 노무라증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경험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의 M&A는 현재진행형이다. 롯데는 올해 7억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대형아울렛과 마트 등 신규점 개점과 온·오프라인 및 모바일 유통 환경을 융합하는 '옴니채널'(Omni-Channel)구축에 투자를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롯데그룹의 한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의 기조는 유통 등 기존의 업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회사라면 과감하게 투자하자는 것"이라며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7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것에도 신 회장의 스타일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