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데일리 김정호 기자] 서울·경기·인천 수도권 지역에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발령되면서 유통업계도 본사 직원들을 중심으로 재택근무를 보다 강화하는 모습이다.
다만 물류·배송 부문 직원들은 '집콕'을 대비해 생필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 현장 근무를 이어가고 있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단기직이 많아 교체가 잦은 배송기사와 물류센터 직원들 사이에서 감염이 확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절반 수준 재택근무 70%까지 확대…KF94 의무화도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대형마트 등 각 업체들은 정부의 거리두기 4단계 조치인 '시차 출퇴근제, 점심시간 시차제, 30% 이상 재택근무'를 본사·내근직 직원들을 중심으로 보다 강화해 적용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4단계 기간인 2주동안 본사에서 가급적 필수 인원을 제외하고 재택근무를 의무화했다. 3단계에선 절반 수준이던 재택근무 비율을 보다 강화한 것이다. 대면보고와 회의, 집합 교육 그리고 출장·외근 등을 금지하는 내부 지침을 시행 중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11월부터 본사 직원 전체를 절반으로 나눠 반은 재택, 반은 출근하는 교차 근무를 시행 중이다. 신세계백화점도 본사 직원 절반을 재택근무시켜 왔고, 서면 보고를 자제시키고 있다.
롯데마트는 본사의 경우 필수 인력을 제외한 나머지는 재택근무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3단계에선 절반까지 운영하던 재택근무 비율을 4단계에서 70%까지 늘렸다"고 설명했다. 이마트도 지난 9일부터 팀별 상황에 맞게 직원 절반 이상을 재택근무하도록 조치했다.
오전·오후 교대하는 마트 캐셔(계산대), 백화점 현장 직원 등에게 별도 방역조치를 시행하는 곳도 있다.
집단감염 발생으로 전날(12일)까지 임시 휴점했다 13일 재개점하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선 모든 출입구(13곳)에서 QR코드 체크인을 도입한다. 직원 출입구엔 전신 소독이 가능한 방역 게이트를 설치하고, 공용시설 감염을 막기 위해 '안전방역관'을 운영한다.
롯데마트는 영업점 직원들에게 그간 덴탈마스크와 KF94 방역마스크를 혼용해 착용하도록 했으나, 4단계 발령으로 KF94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교대시엔 계산기(POS) 등 사용하던 비품을 소독하게 했고, 직원식당 이용시간도 분산하도록 조치했다.

홈플러스는 영업점 내 공용물품을 수시로 소독하고, '3밀(밀폐·밀집·밀접)을 피하기 위해 최소 1시간마다 환기를 진행하고 있다. 점포 내 비치된 테이블, 손잡이 표면 등은 하루 2번 이상 소독하고 있다. 현장 근무자에게 KF94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고, 직원이 상주하며 출입 고객을 상대로 체온 측정을 진행하고 있다.
물류·배송 '감염 사각' 우려…"방역 최고 수준 강화"
온라인을 통한 주문과 배송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이커머스, 오픈마켓 등에서도 본사의 경우 직원 90~100%까지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위메프는 12일부터 사무실 근무 가능 인원을 기존 절반 이하에서 3분의 1 이하로 변경했다. 티몬은 지난 8일부터 21일까지 2주간 재택근무를 시행 중이며, 감염 상황을 지켜본 뒤 연장 여부를 정할 방침이다.
신세계그룹 SSG닷컴은 본사의 경우 최근 기존 50% 재택근무 방침을 70%까지 상향했다. 회의시 대면 대신 화상으로 진행하도록 하는 등 내부 지침을 정하고, 출근이 불가피할 때도 각 부서별 최대 30% 이내로 출근하도록 해 거리두기에 나서고 있다.
마켓컬리도 12일부터 필수 근무자를 제외한 전원이 재택근무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해 운영 중이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현재 필수 근무자 비율은 전체 15% 이내"라며 "2주간 100% 재택근무 운영이 원칙으로, 감염 상황을 지켜보며 연장할 계획"이라 밝혔다.
쿠팡은 서울 송파구 잠실 본사에서 직원 90%를 재택근무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직원이 10명 이하인 조직의 경우 1명만 출근할 수 있다.
이처럼 재택근무 전환이 용이한 내근직과 달리 물류·배송 현장은 '집콕'에 따른 생필품 등 물류 물량이 급증하면서 분산근무가 이뤄지기 어려운 환경이다.
특히 정규직보다 계약·일용직 비중이 높은 물류센터에서는 하루 확진자 수가 1000명대를 넘나들면서 감염 발생으로 운영을 한시 중단하는 일도 잦은 상태다.
쿠팡에선 지난 8일 김해1·고양, 9일 대구2, 10일 오산 총 4곳의 물류센터가 확진자 발생으로 문을 닫았다가 현재 모두 재가동한 상태다. 김해1은 지난 10일, 고양과 대구는 11일, 오산은 12일 각각 정상화했다.

쿠팡 안성567물류센터에선 지난 8일과 9일 각각 1명씩 확진자가 나왔으나 운영을 계속했다. 방역당국 역학조사에서 감염 경로가 물류센터와 무관하다고 알려왔다고 쿠팡 측은 밝혔다.
마켓컬리도 지난 1~9일 서울 장지물류센터 직원 총 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으나 폐쇄하지 않았다. 운영 중단 여부는 방역당국의 판단을 따랐으며, 감염 예방 조치를 철저히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민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직국장은 "확진자가 발생하면 직원들에게 알린다고 하지만, 세부 동선에 대해 명확히 알려주지 않아 직원들이 큰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며 "자신이 방역수칙을 다시 한번 숙지하고 정비할 수 있도록 휴게시간과 여건을 충분히 보장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유통업체들은 물류·배송 과정에서 감염이 확산되지 않도록 선제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쿠팡은 물류센터와 배송캠프, 차량에 대해 매일 방역을 진행하고 2400명의 '코로나19 안전감시단'을 운영해 물류센터 내부 방역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품을 다루는 모든 직원에게 마스크, 장갑 착용을 의무화하고 사업장에 손소독제를 비치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단기직원이 코로나19 감염으로 자가격리시 생활안정자금 100만원을 지급한다.
마켓컬리도 장지, 화도, 죽전, 김포 등 모든 물류센터 출입구에 전신소독기를 설치하고 얼굴 인식 발열감시 카메라를 설치해 근무자들의 증상 유무를 확인 중이라고 설명했다. 물류센터별 근무자가 겹치지 않도록 근무를 배정하고 동선을 정리하며, 전문 방역업체를 통해 주기적으로 물류센터 전 구역과 차량 등에 방역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SSG닷컴은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의 작업과정 80%를 자동화로 진행하며, 작업자간 거리 2m를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외부인 출입통제, 마스크 미착용시 출입 금지, 방역 전담 안전관리 인력 운영 등을 진행하고 있다. PP센터(Picking&Packing Center)의 경우 근무 구역을 세분화해 접촉을 줄이고 있다.
SSG닷컴 관계자는 "당사는 지난해 1월말부터 지금까지 내부 방역 관리 지침을 최고 수준으로 격상해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