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행진이 18일째 이어지며 국내 주식시장를 짓누르고 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5일부터 이날까지 유가증권 시장에서 18일 연속 순매도했다. 18일 연속 순매도 한 것은 역대 5번째로 긴 기간이다. 이 기간동안 외국인이 팔아치운 금액은 4조1692억원에 달한다.
역대 외국인 최장 순매도 기록은 33거래일로 지난 2008년 6월 9일부터 7월 23일까지 8조9834억원을 팔았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고조됐던 때다.
이어 지난 2005년 9월 22일부터 10월 26일까지 24거래일 동안 팔았던 게 역대 2번째로 길었던 기간이다.
또 2008년 1월 3일부터 31일까지 21거래일, 2005년 3월 3일부터 2005년 3월 30일까지 20거래일 연속 순매도 한 사례가 있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매도로 일관하는 것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중국의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풀이된다.
특히 외국인은 국내 증시뿐 아니라 최근 폭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중국 등 신흥국 시장 전반에서 동반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외국인 자금이탈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외국인의 기조 변화 계기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증권 배성영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둔 상황에서 외국인이 이머징 전반에 대한 비중을 줄이고 있다"며 "당분간은 외국인이 계속 매도할 수 밖에 없는 여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의미 있는 분기점은 9월 중순 FOMC가 될 것"이라며 "FOMC에 대한 불확실성이 완화될 때 외국인의 매매 패턴이 변화될 수 있다. 그 전까지는 살만한 요인은 별로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 박석현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달러 외의 나라에 투자했을 때 손실을 볼 수 있는 상황인데다 원화 약세 기조까지 강하기 때문에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는 것"이라며 "국내 기업의 실적 개선세가 나타나지 않는 한 현재 흐름을 반전시킬 요소를 찾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매도 강도가 과거에 비해 강하지 않은 만큼 지수에 큰 충격을 줄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교보증권 김형렬 연구원은 "한국 증시에 한정된 외국인 매도라기 보단 신흥시장 전체에서 자금이 빠지는 것에 따른 부수적인 현상"이라며 "절대적인 매도 규모면에 있어서는 지수 낙폭을 확대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중국 경기 회복 시그널이 패턴 변화의 관건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삼성증권 김용구 연구원은 "8월 중국 경제 데이터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타나고 글로벌 리스크가 환기되면 외국인의 매도세가 멈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