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투명경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호텔롯데 이외 다른 롯데 계열사의 기업공개(IPO)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31일 IB투자 시장에 따르면 롯데는 호텔롯데에 이어 롯데정보통신을 비롯해 코리아세븐, 롯데리아 등 주요 계열사들의 상장도 잇따라 준비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롯데는 지난 19일 호텔롯데와 관련, 제안요청서를 발송했다. 31일까지 선발 후보 명단을 선정할 계획이다.
롯데그룹은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와 순환출자 해소를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호텔롯데 외 비상장 계열사의 추가 상장이 필요한 상태다. 롯데그룹은 실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본격 착수한 상태다.
한국거래소 측도 IPO 시장의 '대어' 유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롯데그룹의 상장 추진을 적극 지원하고 나섰다. 김원대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부이사장은 "롯데그룹 비상장 계열사 가운데 20여개 사가 IPO를 위한 형식 요건을 충족한다"고 말했다.
유가증권시장에 기업을 공개하려면 자기자본 300억원 이상, 상장주식수 100만주 이상, 최근 매출액 1000억원 이상(3년 평균 700억원 이상)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롯데정보통신 상장은 이미 4년 넘게 검토됐다. 빠른 시일 내에 상장될 가능성이 높다. 롯데정보통신은 IPO 준비라도 하는 듯이 신규수주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측은 롯데정보통신을 상장시키려는 이유는 신동빈 회장의 지분이 많기 때문. 신 회장은 7.5%를 보유하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 3.99%, 신영자 이사장 3.51%를 보유 중이다.
코리아세븐과 롯데리아 상장 가능성도 높다. 코리아세븐의 경우 현재 신 회장의 지분이 많다. 그가 9.55%를 보유한 가운데 신 전 부회장이 4.1%, 신 이사장이 2.47%를 갖고 있다. GS리테일, BGF리테일을 포함해 편의점 사업이 성장성이 높기 때문에 IPO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롯데리아의 지분은 호텔롯데, 부산롯데, 롯데제과, 롯데쇼핑 등의 계열사가 골고루 보유하고 있다. 롯데리아는 롯데정보통신을 34.5%, 롯데로지스틱스를 17.3% 갖고 있다.
시장 일각에선 IPO를 통해 얽혀있는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고 신 회장의 지분 가치 상승을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롯데는 416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보유한 복잡한 구조다. 롯데쇼핑 지분을 보유한 롯데건설, 롯데정보통신, 롯데제과, 롯데칠성, 한국후지필름을 중심으로 총 383개의 순환출자고리를 갖고 있다. 대홍기획 지분을 보유한 롯데리아, 롯데푸드, 한국후지필름을 중심으로 총 25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가진다.
양형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신 회장은 신동주 전 부회장과의 지분 격차 확대를 위해서 지분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코리아세븐과 롯데정보통신 등의 IPO를 통해 계열사 간 합병을 하고, 기업가치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롯데일가의 정체성 불투명, 일본인이 지배하는 국내 롯데, 국부 유출 등의 이슈가 부각되면서 반 롯데 정서 수습이란 과제를 떠안고 있다.
특히 올해 연말 시효가 만료되는 면세점 사업이 문제가 될수 있다. 반 롯데 정서에 면세점 재승인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호텔롯데의 지난해 면세사업수입이 4조원을 육박하며 호텔롯데 전체수입의 84%를 차지하고 있다.
롯데면세점 소공동 본점과 월드탐워점, 워커힐, 부산 신세계 등 서울과 부산 시내면세점 4곳의 후속 사업자 신청이 9월25일까지다.
양 연구원은 "반 롯데 정서가 수습되지 않는다면 면세점 허가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면서 "관세청에서는 롯데 면세점도 다른 후보자들과 같은 조건에서 경쟁을 해야 한다는 원칙을 주장했고 기존 재승인 되던 관습에 대해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신 회장은 반 롯데 정서를 수습하기 위해 투명경영을 실천해야 하는데, IPO와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고 일본계 지분의 국내 롯데에 대한 지배력을 없애려는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원하는 지주회사로의 전환이 필수"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