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에게 있어서 부상은 '절망'이다. 스타급 플레이어도 그저 그런 선수로 전락시킨다. 한순간에 모든 것을 앗아가 버리기도 한다.
부산 kt 소닉붐의 가드 이광재(31)도 그랬다.
2007년 원주 동부에서 데뷔해 매년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 그는 2009~2010 시즌에는 평균 10.6점에 3점슛도 경기당 1개씩 꽂아 넣으며 팀의 간판 슈터로 활약했다.
상무를 제대하고 복귀한 2011~2012 시즌에는 11경기 밖에 나설 수 없었지만 평균 11.8점을 넣으며 2년이란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소속팀과 팬들에게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야심차게 준비했던 2012~2013 시즌은 그나마 햄스트링 부상 속에서도 44경기에 나서 평균 8.7점을 넣으며 분전했다. 다음 시즌에는 경기당 평균 21분 출장에 그치며 득점도 6.5점으로 곤두박질쳤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FA자격을 얻은 이광재는 '사인 앤드 트레이드' 형식으로 kt 유니폼을 입었다. 보여주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비시즌 동안 발목과 발바닥 부상에 시달리며 제대로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슛 밸런스가 무너졌다. 슛감을 잃은 슈터는 자신감마저 잃었다. 루키 시즌 때보다 더 좋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이적 첫 시즌이었고, 믿고 데려온 kt로서는 주포 조성민의 부상에다 이광재까지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힘겨운 시즌을 보내야 했다. 팀 사정을 알기에 이광재 역시 마음고생이 심했다.
올 시즌은 어떨까. 중국 둥관에서 시즌 개막을 앞두고 막바지 담금질이 한창인 이광재는 건강한 모습이었다. 누구보다 많은 훈련량으로 칼을 갈고 있었다. 그의 몸상태가 궁금했다.
이광재는 "몸은 상당히 좋다. 아직 슛 감각이나 선수들과의 손발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것만 보완하면 작년하고는 확실히 다른 시즌이 될 것"이라며 "개인적으로도 부상 없는 올 시즌 기대된다. 다른 모습의 농구를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kt 박종천 코치 역시 건강한 모습의 이광재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박 코치는 "지난 몇 시즌 부상으로 많이 뛰지 못했는데 시즌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니 좋아 보인다"면서 "광재와 성민이가 함께 쌍포가 터진다면 팀에 큰 시너지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재는 주위의 기대가 크지만 그렇다고 욕심을 부릴 생각은 없다. 공격적인 부분보다는 수비를 강조하는 조동현 감독 스타일에 맞게 디펜스에 치중하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공격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올 시즌 동부시절의 활약을 기대해도 되겠냐는 질문에 이광재는 "(좋았었던 동부 시절이) 아직 그렇게 오래 되지도 않았는데…"라며 "나름 그 시절이 뿌듯했는데 부상이 한번 오니까 마음대로 컨트롤이 안됐다. 이번 시즌은 팀과 팬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절치부심' 새 시즌을 기다리는 이광재가 건강한 모습으로 팀의 6강 플레이오프 진출과 함께 두 자릿수 득점 회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낚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