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조선업 부진 내년까지 이어질 듯

업황 불황 여파로 발주 물량 크게 줄어

조선산업은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각적인 구조조정 노력을 통해 활로를 찾고 있지만 업황 자체가 워낙 좋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10개 업종별 단체와 공동으로 '2015년 산업기상도'(맑음-구름조금-흐림-비 순)를 실시한 결과를 보면, 조선·업종은 '흐림'으로 전망됐다. 불황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이다. 

조선업은 해운 업황 불황에 따른 발주물량 축소, 저유가로 인한 해양플랜트 사업 실적 부진 등으로 최악의 실적을 거뒀다. 엔저(低)를 등에 업은 일본과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중국의 도전에 조선산업 세계 1위를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일본 조선업계는 2013년 아베 정부의 엔저 정책을 발판삼아 합병·공동 출자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 조선업계는 5개사 체제로 개편됐고 원가 경쟁력도 높아졌다. 정부 차원의 선박금융 지원(선박가격의 80%까지 1% 이자율로 지원)도 부활에 힘을 보탰다. 이마바리조선이 16년 만에 초대형 독 건설에 나설 정도로 뚜렷한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조선업계는 기술력과 기자재 조달 능력은 한·일 양국보다 떨어지지만 저렴한 노동력,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광대한 자국 시장을 무기로 고속 성장하고 있다. 아직 벌크선 중심 수주 성향을 보이고 있지만 자국 수요를 무기로 국내 조선업계의 텃밭인 대형 컨테이너선, 해양플랜트 등의 경쟁력을 쌓아가고 있다. 

한국 조선업계는 해양플랜트 부문 대규모 적자로 고강도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부실 덩어리로 전락한 해양플랜트 프로젝트는 대부분 2010~2013년 수주한 물량이다. 조선업계는 유럽발 재정위기로 상선 발주가 감소하자 선종 다변화 차원에서 당시 고유가로 발주가 급증한 특수선과 해양플랜트를 '저가수주' 논란까지 일으키며 대거 수주했다. 

하지만 고사양 또는 대형 프로젝트를 충분한 검토없이 손실 분산이 어려운 '턴키방식'으로 수주하는 실책을 저질렀고, 공기지연에 따른 인도시점이 늦어져 추가 원가가 발생하고 다른 선박건조 생산성까지 저하되는 악순환을 일으켰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는 2분기(4~6월) 4조750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증권업계는 조선 3사가 올해 동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예상 영업손실은 5조6000억원에 달한다. 

3조원이 넘는 해양플랜트 분야 영업손실을 실적에 반영한 대우조선은 사실상 배수진을 쳤다. 대우조선은 회계법인에서 '계속기업으로서 존속능력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평가를 받은 상태다. 자산보다 부채가 더 많다는 이유에서다.

대우조선은 드윈드(풍력), 대우조선해양건설(건설), FLC(부동산) 등 본업인 조선·해양과 무관한 계열사와 서울 본사 사옥 등 비핵심 자산을 모두 정리한다. 차부장급이 과반수를 넘는 '역피라미드형' 인력구조 개편을 위해 고직급자(부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권고사직도 추진한다.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은 고정비 절감 효과보다 사내 분위기 저하 등 손실이 더 크다는 이유로 인적 구조조정에 부정적이었지만 결국 인력 감축을 결정했다. 

추가 공정 지연 등 돌발변수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풍력과 조선 등 해외 자회사 청산과정에서 최대 1조원 규모의 추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우조선은 컨퍼런스콜 등을 통해 하반기 2%대 영업이익이 기대된다고 밝혔지만 부정적인 시선이 상존한다.

1조원대 해양플랜트 손실을 반영한 삼성중공업도 임원 감축과 조직 통폐합, 비효율자산 매각 등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예고했다.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 공정 지연으로 따른 원가 부담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요 해양 프로젝트 인도가 시작되는 2016년 추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분기 나이지리아 에지나(Egina) FPSO 프로젝트와 호주 이치스(ICHTHYS) CPF 프로젝트에서만 5400억원의 추가 손실이 발생했다. 

프릴류드(Prelude) FLNG와 드릴십 등에서 7000억원, 잭업리그, 일반상선 부문에서 2600억원 등 원가 부담도 증가했다. 현안 프로젝트에 인력이 집중되면서 그간 효자품목이던 드릴십 부문도 공정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조원대 해양플랜트 손실을 반영하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한 후 매 분기 영업손실 폭을 줄여나가고 있지만, 올해 흑자전환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중공업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은 세미리그선 원가 차질로 2분기 1067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현대중공업이 연결 기준으로 적자를 낸 것도 현대삼호중공업의 실적 악화 영향이 컸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은 세미리그선 총 3척 납기가 1년 남짓 지연된 상태다.

조선업계는 2010~2013년 턴키 방식으로 수주했던 해양플랜트 인도가 마무리되고 고부가가치 상선 수주 물량이 매출에 반영되기 시작하면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기치 상선 수주물량이 내년부터 매출에 반영되면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며 "저가 수주했던 해양플랜트 등은 늦어도 내년에는 모두 인도가 완료된다"고 했다. 

이어 "세계시장에서 상선발주는 감소되고 있지만 국내 조선사는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신규수주를 이어가고 있다"며 "국내 조선사의 강점인 초대형 상선 중심의 컨테이너선, LNG, VLCC/VLGC, 벌크 등 발주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또 저유가로 해양플랜트 발주가 지연되고 있지만, 발주부터 인도까지 장기간이 소요되는 해양플랜트 특성상 단기적인 유가 하락과 무관하게 오일 메이저의 주요 프로젝트는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희망적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펀더멘털 변화는 없이는 반등하더라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비관론도 있다. 최근 상선 발주 물량으로는 수주잔고를 채우기 역부족인데다 후판가격 하락, 엔저 등으로 신조선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해양플랜트 부문은 국제유가가 100달러까지 상승하지 않는한 발주가 완전 정상화될 가능성은 적다는 비관론도 상존한다.

또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형 해양플랜트 공기지연이 지속되고 있고, 문제가 된 해양플랜트 대부분이 '최초'인 것들이 많아추가 원가 투입 규모를 예측하기 불가능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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