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 회장은 지난 열흘간 대전, 울산, 이천 등 약 3000㎞를 오가며 현장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31개월 간의 경영공백을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메우기 위해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 내고 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이 이천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준공식을 기점으로 어떠한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우선 국내 사업장과 창조경제 현장을 두루 살펴본 후 다음 달부터는 외국 사업장을 찾아 글로벌 사업을 챙기는 한편 SK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4일 SK그룹에 따르면 최태원 SK회장은 이달 25일 이천 SK하이닉스 M14 준공식에 이어 26일 수원 봉담읍에 있는 선영을 방문해 선친인 고 최종현 회장의 17주기 추모식에 참석한다.
최 회장은 이날 SK하이닉스 M14 준공식에서 확대 경영회의에서 언급한 46조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에 대한 세부 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이달 내로 SK텔레콤 판교센터 등 주력 계열사 현장 점검도 마무리 짓고 SK그룹의 중장기 경영계획이 담긴 '뉴 SK 비전' 을 수립하는 데 몰두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 회장, 글로벌 사업 위해 해외 출장 떠날 듯
최 회장은 다음 달부터는 1000일에 가까운 경영 공백으로 미뤄뒀던 글로벌 사업을 본격적으로 챙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외국 사업장이 많은 에너지·화학 분야가 주요 대상으로 지적된다. 중국이나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방문해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SK그룹 내 에너지·화학 계열사들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빅, 중국의 시노펙, 일본의 JX에너지와 미쓰이화학 등 4개 글로벌 에너지 기업과 합작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 회장은 사빅 경영진과의 만남을 통해 사우디 제2 공장 투자계획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SK와 사빅의 넥슬렌 프로젝트는 최 회장이 2011년 3월 중동 방문 때 모하메드 알마디 전 사빅 부회장에게 합작 사업을 제안하면서 처음 시작됐다.
SK그룹이 중국 국영석유회사인 시노펙과 충칭에 추진했던 부탄디올 생산 공장 프로젝트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동남아, 중국, 미국, 중남미 등 외국 사업장을 본격적으로 점검할 것으로 전망된다. SK의 거점 지역인 동남아, 중국, 미국, 중남미에서 사업 상황의 적신호가 계속 들어오고 있어 글로벌 현장 경영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SK관계자는 "최 회장이 오랜 수감생활로 인해 장기간의 외국 여행이 가능한 건강 상태인지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아직 구체적인 외국 출장 일정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 지주사 편입 가능성 제기
최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만큼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SK㈜와 SK C&C가 이달 1일 공식 합병을 통해 지주회사인 SK가 새롭게 출범했다. 이에 따라 기형적인 '옥상옥(屋上屋)' 지배구조를 해소했다.
그동안 SK그룹의 지배구조는 최 회장→SKC&C→SK→사업자회사 형태였지만 합병 후에는 최 회장→통합SK→사업자회사로 바뀌며 완벽한 지주회사 체계를 갖췄다.
SK하이닉스는 SK텔레콤의 계열사로 묶여 있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상 인수 합병 등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기 어렵다. 현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손자 회사는 증손회사 지분을 100% 전량 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SK하이닉스가 중소 업체를 인수하는데는 부담이 크다.
증권가에서는 SK텔레콤이 보유하고 있는 SK하이닉스 지분을 SK로 넘기는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다. 지주회사인 SK가 SK텔레콤을 거치지 않고 직접 SK하이닉스를 지배하는 형태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다.
SK그룹의 IT사업 부문 지배구조는 'SK㈜·SK C&C 합병회사 → SK텔레콤 → SK하이닉스, SK플래닛, SK브로드밴드'로 이어진다. SK텔레콤이 사실상 중간지주사에 위치하고 SK하이닉스 등이 합병지주사의 손자회사가 된다.
일부에서는 SK텔레콤을 인적 분할해 통신업을 하는 '사업회사'와 SK하이닉스 등 IT 계열사 지분을 가진 투자회사를 만들고 투자회사를 SK㈜·SK C&C와 합병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SK그룹 지배구조는 통합 지주사가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거느린 형태로 바뀐다.
이와 더불어 SK그룹 내 손자 회사인 SK플래닛과 증손회사인 SK커뮤니케이션즈(SK컴즈)의 지분 변동도 이뤄질 전망이다.
SK플래닛은 공정거래법의 지주회사 요건을 만족하기 위해 현재 보유 중인 SK컴즈 지분 64.5%를 다음 달 말까지 전량 매각하거나 100%로 지분을 늘려야 한다.
업계에서는 SK플래닛이 SK컴즈 지분 매각을 시도하겠지만 매각할 곳이 마땅치 않아 SK텔레콤이나 SK C&C로 지분을 넘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 복귀 이후 추가적인 지배구조 개편이나 사업 재편을 추진할 것이란 이야기가 나왔던 만큼 시기의 문제일뿐 추가적인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