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직격탄을 맞은 국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세월호 참사 때보다 더 하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17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메르스 관련 중소기업·소상공인 분야 긴급 대책회의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은 당정에 피해 상황을 보고하며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진병호 전국상인연합회장은 "서울 양천구의 신영시장의 경우에는 초토화됐다. 사람이 없다"며 "어제도 한 명이 사망했다는데 우선 저희들이나 소비자들이 안심할 수 있는 그런 일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메르스가 발생한 지역의 병원 근처는 모르겠지만 전통시장 주변에는 아직 방역과 소독을 못하고 있다"며 "방역과 소독을 하는 것을 (소비자들이)보면 안심할 수 있는 데 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 때 매출이 오르지 않아 온누리 상품권을 5% 할인했던 것을 10% 할인해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줘 매출 신장에 많이 이용했다"며 "상품권 10% 할인 제도를 조금 연장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남상만 관광협회 중앙회장은 "외국인 관광객은 90%가 아니라 100%가 다 취소했다"며 "정말 패닉 상태"라고 말했다.
또 "국내 관광도 거의 다 취소돼 내수까지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라며 "메르스 사태가 지속된다면 관광업소는 줄도산이 일어나고, 대량실업 사태가 일어날 것은 명약관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시적이지만 공제를 통해서 특별히 신용대출을 해주면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병철 전세버스운송조합연합회장도 "세월호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후 그 피해가 가시기도 전에 또 메르스가 덮쳐 저희들이 회생할 수 있는 길이 없다"며 "전세버스 업계는 대부분 영세하다보니 그달 그달 벌어서 (버스구입비용)할부를 주고, 기사들 봉급을 주고 운영하기 빠듯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 여파로 입은 피해에 대한 빚도 아직 못 갚았는데 또 터지니 도산한 업체들도 있다"며 "올해 한번 더 줄 수 있는 특례자금이라도 해달라"고 촉구했다.
민상헌 외식업중앙회 서울시협의회장은 "외식업은 세월호 참사 때 보다 더 직격탄을 맞고 있다"며 "매출이 40% 정도 감소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우리를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은 세금폭탄"이라며 "이로 인해 외식업계가 줄도산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외식업의 특성상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여름에 영업이 안된다. 근데 전염병이 생겨서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 상황에서 더 마음 아프게 하는 것은 정부의 정책"이라고 질타했다.
강갑봉 슈퍼마켓연합회장도 "동네 슈퍼도 안 오는 상황이다. (메르스가)간단한 독감보다 못한 것이라는 것을 많이 홍보해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 참석한 정부 측 관계자들도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국내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했다.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메르스 발생 전인 5월 1~2주에 대비해서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매출액이 감소했다"며 "일부 지표의 경우 세월호 참사 때보다 둔화 속도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 같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지난달 20일부터 지난 12일까지 12만7000명의 관광객이 여행을 취소했다"며 "해외 관광객도 345개 여행사에서 취소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황규연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반실장도 "식료품, 화장품 등 소비재 수출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 문제는 각 부처가 단편적, 게릴라식으로 대책을 발표하고 있어 좀 혼란스럽다. 이런 사태가 경제 위기로 비화하지 않도록 보다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범정부적 경제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빨리 국회에 보고하고 집행에 들어가야 한다. 정부와 공공부문 뿐만 아니라 경제5단체 등이 솔선수범해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는 김무성 대표를 비롯해 새누리당 원유철 정책위의장, 기획재정부·행정자치부·문화체육관광부·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금융위원회 등 정부 부처 관계자들, 전국상인연합회장 등 중소기업·소상공인 관련 업계 대표들이 참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