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헌법 반대 활동을 하다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기소돼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던 새정치민주연합 설훈(62) 의원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최종 패소했다.
긴급조치가 위헌·무효여도 당시 긴급조치에 근거한 수사나 재판 자체는 불법행위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례가 다시 한 번 확인된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설 의원과 그의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대법원은 판결 선고 없이 심리불속행(審理不續行) 기각 처리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상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되는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더 이상 심리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것을 뜻한다.
설 의원은 1977년 4월 '10월 유신이란 미명의 폭력주의는 민주주의의 가냘픈 숨결마저 끊고 말았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구국선언문을 작성해 배포한 혐의(긴급조치 위반)로 기소돼 징역 2년6월과 자격정지 2년6월을 선고받고 790일 동안 복역했다.
설 의원은 2012년 1월 재심을 청구, 이듬해 6월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같은해 9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심은 "국가가 위헌·무효인 긴급조치 9호를 발령하고 이를 근거로 설 의원을 영장 없이 불법으로 체포해 수사한 뒤 구속·기소해 유죄판결을 선고한 것은 위법하다"며 "국가는 설 의원과 그의 가족에게 총 1억42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당시 영장 없이 체포·구금해 수사를 진행하고 유죄판결을 내렸다고 해도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무효임이 선언되지 않았던 이상 이를 불법행위로 보기는 어렵다"며 "재심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됐다는 것만으로 당시 유죄판결에 따른 복역이 곧바로 국가의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