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사건을 계기로 올해 들어 잡음이 일던 한·미관계가 빠르게 호전되는 분위기다.
리퍼트 대사는 지난 5일 김기종 우리마당독도지킴이 대표에 의해 습격을 당한 뒤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의연한 모습을 보여 대다수 한국인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리퍼트 대사 개인에 대한 한국 내 호감도가 올라가면서 '리퍼트 효과'란 용어까지 등장했다.
리퍼트 대사는 특히 사건 당일 트위터에 "한·미동맹을 증진시키기 위해 최대한 빨리 복귀하겠다. 같이 갑시다"라는 글을 올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미관계 악화 분위기를 반전시키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윤병세 외교부 장관, 미국 국무부도 '한·미동맹에 대한 공격'임을 강조하면서 이번 사건을 한·미관계 균열 봉합의 계기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았다.
이로써 지난해 연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대북 추가제재 행정명령과 올해 1월 '북한 붕괴 가능성' 발언, 지난달 말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의 한·중·일 과거사 공동책임 발언 등으로 증폭되던 한·미 양국간 엇박자 논란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분위기다.
게다가 리퍼트 대사를 습격한 김기종씨가 진보단체 대표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진보단체를 바라보는 여론이 악화되면서 국내 정치지형도 당분간 진보진영에 불리한 쪽으로 그려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처럼 상황이 급변하자 피습사건 직후 침묵했던 북한당국도 공세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리퍼트 대사 피습 후 한·미 양국간에 책임 공방이 벌어지면서 관계가 더 악화될 것이라 예상했지만 오히려 양국정부가 이번 사건을 관계 개선의 계기로 활용하자 더 이상 침묵해선 안 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북한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8일 한국 내 종북공세에 반발하는 보도문을 내고 김기종씨를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에 빗댔다. 조평통은 리퍼트 대사에 대한 한국 내 우호적인 여론 확산을 우려한 듯 리퍼트 대사를 '식민지총독'으로 규정하며 비방공세를 펴기 시작했다.
그러나 북한의 이 같은 시도가 김기종씨에 대한 비난여론과 리퍼트 대사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을 잠재우기는커녕 국제사회로부터 테러지원국이란 비난을 더욱 자초하는 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종연구소 홍현익 수석연구위원은 "(김기종씨가 사건 직후)남·북관계를 개선시키고 한·미관계를 약화시키려 한 행동이라고 밝혔는데 오히려 의도와 반대되는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