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KDI "경기 '미약' 상태…건설 부진에 美 관세 수출 타격까지"

'6월 경제동향' 보고서…비관적 시각 짙어져
"美 관세 인상 직격탄에 수출 둔화 이어져"
"내수·고용 지지부진…금융시장 불안 지속"
"건설·수출 부진에 경기 회복 낙관 어려워"

 

[파이낸셜데일리 강철규] 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우리 경제가 여전히 '회복 동력 미약'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다.

건설투자 부진과 미국 관세 인상에 따른 수출 둔화가 맞물리면서 경기 전반이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달 '경기 둔화' 가능성을 2년 3개월 만에 공식 언급했던 KDI는 이번 6월 보고서에서도 부정적인 경기 흐름 인식을 이어가며, 단기간 내 뚜렷한 반등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KDI는 10일 발표한 '2025년 6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건설업이 부진한 가운데, 미국 관세 인상으로 수출도 둔화하면서 경기 전반이 '미약한 상태'에 머물러 있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KDI는 직전 보고서인 '5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대외 여건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경기 둔화를 시사하는 지표가 나타나고 있다"며 2023년 2월 이후 처음으로 '경기 둔화'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만큼 현재 우리 경제 상황에 대한 비관적 시각이 강화됐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이번 보고서에 적시된 '경기 전반 미약 상태'라는 표현 역시 이런 부정적 경기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KDI 관계자는 설명했다.

 

KDI는 "건설투자 부진이 내수 회복을 제약하고 있으며, 생산 증가세도 건설업을 중심으로 악화하고 있다"며 "반도체 생산, 수출 및 관련 설비투자는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대미(對美) 자동차 수출 등 미국 관세 인상 영향을 크게 받는 부문을 중심으로 수출이 둔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경기지표를 보면, 4월 전 산업 생산 증가율은 0.4%로 전월(0.9%)보다 0.5%포인트(p) 낮아졌다.

특히 건설업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20.5%로, 12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며 극심한 위축세를 이어갔다. 건축부문은 -23.0%로 주거용과 비주거용 모두에서 위축됐고, 토목부문도 -12.6% 줄었다.

광공업은 반도체(21.8%)를 중심으로 4.9% 증가하며 제조업 전체 흐름을 견인했지만, 서비스업 생산 증가율은 0.7%에 그쳤다. 전문과학(-0.2%)과 금융·보험(0.6%) 등 고부가가치 업종이 둔화된 영향이다.

 

수출도 미국 관세 인상 효과가 본격 반영되면서 둔화 흐름이 뚜렷해졌다.

5월 전체 수출은 -1.3% 감소했다. 대미 수출은 -8.1%, 대중(對中) 수출은 -8.4%, 대중남미 수출은 -11.6%로 큰 폭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품목별로는 미국 고율 관세가 적용된 자동차(-32.0%)를 중심으로 부진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철강·알루미늄 제품의 경우 관세가 기존 25%에서 50%로 상향돼 수출 여건이 더 악화됐다.

 

다만 반도체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며 전체 정보통신기술(ICT) 수출은 17.0% 증가했다. 설비투자도 반도체 장비(15.6%)와 운송장비(19.8%) 중심으로 8.4% 증가세를 기록했다.

소비 회복은 여전히 지연되고 있다. 4월 전체 소매판매는 -0.1% 감소했고, 승용차를 제외한 판매는 가전제품(-8.7%), 가구(-9.1%), 의복(-7.9%) 등에서 부진을 보였다. 숙박·음식점업(-2.5%) 등 서비스 소비도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소비자심리지수는 5월 들어 101.8을 기록해, 기준치(100)를 넘어섰다. 지난해 12월 계엄 사태 등으로 90 아래까지 급락했던 소비 심리가 정국 완화 등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모양새다.

다만 KDI는 "고금리 영향 완화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는 있으나, 아직 소비 회복을 낙관하긴 어렵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고용시장도 제조·건설업 부진의 영향권에 머물렀다. 4월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9만4000명 증가했으나, 이 중 65세 이상 고령 임시근로자 등 정부 일자리 사업 연계 부문을 제외하면 4만1000명 증가에 그쳤다.

 

특히 건설업(-15만명)과 제조업(-12만4000명)은 전년보다 오히려 취업자가 줄었다. 주 18시간 이상 근로자 수도 전월보다 -9만명 감소하며 고용 질적 측면에서도 악화됐다.

물가는 정부의 농산물 할인 지원 등 영향으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9%로 낮아졌으며, 국제유가 하락과 환율 안정도 물가 안정 흐름에 기여했다.

다만 금융시장 불안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미중 무역갈등 완화 기대 속에 코스피는 5.5% 상승했지만, 가계·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장기 평균 이상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서울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약세 흐름이다. 4월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0.02%로 전월(0.01%)보다 하락했으며, 비수도권 미분양 물량은 2만6400호로 증가 추세다.

KDI는 "미국과 중국 중심의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이 크게 하향 조정된 상황에서, 국내외 경제 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며 "건설과 수출 동반 부진 속에 경기 회복을 낙관하긴 어려운 국면"이라고 밝혔다.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