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이사장이 5일 남북한간 언어 통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고 이사장은 이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웹진 '행복한 통일'과의 질의응답에서 "남북한간 언어를 통합해놓는 작업은 통일을 앞당기는 행위이기도 하고 통일 이후에는 통일을 시작하는 하나의 원리가 되기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언어가 삶의 형식을 송두리째 바꿀 수는 없지만 이 작업이 통일에 다가가는 하나의 작용을 할 것이라는 것만은 확신한다"며 "통일된 이후에 그때 부랴부랴 언어를 통합하려고 하면 시끄러워진다. 언어의 통합 없이 다른 통합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고 이사장은 "70여년 전 두 언어가 갈라져버렸고 다른 길을 가기 시작했다"며 "더욱이 북한의 표준어인 문화어(文化語)는 북한 체제의 이데올로기에 의해서 많이 달라졌다"고 현 상황을 소개했다.
그는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법이 제정될 당시 국회에서 거의 만장일치로 이 사업에 찬성했고 위기가 있긴 했지만 국민들의 기대 속에서 다행히 지속됐다"며 "작년에 사업기한이 끝났는데도 다시 연장을 해줬다. 사전은 지금 70%가량 진행됐다"고 사업 진행 상황을 설명했다.
고 이사장은 "온전한 사전, 결점 없는 사전은 없다. 그래서 가장 진화된 사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편찬위원회가 끊임없이 지속돼서 일정기간이 지나면 언어를 다시 올리고 필요 없는 낱말은 빼는 등 사전은 늘 새롭게 다듬어져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그는 "(남북한)편찬위원회가 만나면 악수만 하는 게 아니다"라며 "이 단어를 사전에 등재하느냐 마느냐 한바탕 격렬한 싸움을 하고 다시 타협하는 일의 연속"이라고 남북한 위원간 논의 과정을 소개했다.
고 이사장은 "나는 남북을 통합하는 위치, 양쪽 편찬위원장 간 균형을 유지하는 상징적인 존재라고 생각한다. 중심을 잡고 이들 뒤에 같이 서 있는 것"이라며 "2~3월중 예정된 회의는 개성에서 열릴 것이고 그때는 나도 동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