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의 금품 수수 금지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이른바 '김영란법'이 3일 오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시민단체들은 환영과 우려의 목소리를 동시에 내놓았다.
이 법안은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로 2012년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추진했던 법안이어서 '김영란법'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공무원이 직무에 관련없는 사람에게 100만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대가성이 없어도 형사처벌을 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기존 법은 공무원의 금품 수수와 관련해 대가성과 직무 관련성을 모두 입증해야만 형사처벌이 가능했다. 하지만 김영란법은 대가성과 직무 관련성을 따지지 않고도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는 차이점이 있다.
대다수 시민단체들은 오랜 시간 동안 계류됐던 김영란법이 본회의가 통과된 데 대해 환영의 입장을 보이면서도 한계점 또는 추가적인 노력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근용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우리 사회가 제재하지 못했던 부정 청탁이나 로비, 접대 등 잘못된 관행을 끊는 제도가 만들어진 것은 매우 다행스럽다"며 "법 제정 과정에서 검찰권의 남용에 따른 표적수사 우려가 있지만 검찰이나 경찰이 악용해서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직자와 공직기관 단체, 국공립학교와 차이가 별로 없는 사립학교, 한 단계 더 넓혀서 언론사까지 적용대상"이라며 "대상을 무제한적으로 넓히기보다는 사회적 요구에 따라 제도를 시행하면서 필요성이 확인되면 대상을 더 확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국투명성기구 유한범 사무총장은 "우리 사회 속의 부정부패는 예전처럼 직접 돈을 주고 받는 방식에서 접대 등 당장의 대가보다는 관리를 통해 이익을 얻으려는 부패로 진화했었다"며 "김영란법 제정은 이러한 부패네트워크, 일상적으로 관리하면서 당장의 대가가 없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아왔던 관행을 끊어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이상민 법제사법위원장이 시민단체는 왜 빠졌느냐며 비판한 데 대해서는 "아직까지 시민단체가 공직자 등 처럼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는 생각않는다"며 "약간 본질을 흐리는 부분이 아니었나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사법팀 유애지 간사는 "앞으로 이 법을 통해서 우리나라의 부정부패를 근절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김영란법 통과에 만족할 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의식적인 변화와 노력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영란법의 적용대상과 본질에 실효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따랐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이옥남 정치실장은 "당초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부패방지가 목적이었는데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도 포함해서 범위가 확대된 측면은 한계로 남을 것 같다"며 "김영란법의 당초 취지가 고위공직자 내지 공직자의 부패 방지인데 지금은 본질이 호도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상을 넓혀서 부패를 잡으면 좋겠지만 법의 실효성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고위 공직자로만 한정해도 본질에 부합하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에 대상을 한정을 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