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법 "軍자살, 지휘관 주의의무 다했다면 배상 책임 없어"

군(軍)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병의 유족들이 "가혹행위와 집단 따돌림 등으로 자살에 이르렀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은 가혹행위와 집단 따돌림의 증거가 없고 부대 지휘관 등이 면담 등 충분한 조치를 취했다면 국가에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군 복무 중 자살한 A씨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국가는 유족들에게 총 676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의 자살과 관련해 국가에 책임을 물으려면 A씨가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소속 부대 지휘관 등이 A씨 자살의 징후를 발견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간과한 것인지, A씨에 대한 따돌림이나 괴롭힘 등이 존재했는지 등에 대해 좀 더 면밀하게 심리를 한 후 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살폈어야 한다"며 "이와 같은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만연히 A씨의 자살에 대해 국가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원심은 잘못"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소속 부대 대대장이 A씨를 관심병사로 지정한 이후 A씨에 대한 면담과 정신과 진료 등이 여러 차례 이뤄졌고 보직 변경 및 멘토사병 지정 등의 조치가 취해졌던 점 등에 비춰볼 때 군 관계자들에게 직무수행 과정에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집단 따돌림과 선임 병사들의 괴롭힘을 당했다는 유족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도 없다"고 설명했다.

A씨는 2010년 4월 육군에 입대, 두 달 뒤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모 부대에 배치 받아 복무하던 중 자대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다가 같은 해 9월 부대 내에서 스스로 목을 매 숨졌다. 이에 A씨 유족들은 "선임 병사들의 폭언, 욕설 등 가혹행위와 집단 따돌림으로 인해 군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에 이르게 됐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가혹행위나 집단 따돌림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A씨의 소속 부대 지휘관들이 A씨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군 복무 적응에 도움이 될 만한 조치를 취한 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유족들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하지만 2심은 "자살의 여러 징후가 있었음에도 이를 포착하지 못하고 안이하게 대처한 지휘관들의 관리·감독 소홀 탓으로 A씨가 자살에 이르게 됐다"며 "국가는 A씨 유족들에게 총 676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다만 1심과 마찬가지로 A씨에 대한 가혹행위나 집단 따돌림은 인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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