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노트4는 구부러지지 않아요"... 스마트폰 시장에 확산된 '디스戰'

최근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디스전(戰)'이 한창이다.

'디스(disrespect)'란 힙합 장르에서 유래된 말로 남을 헐뜯거나 비방하는 행위를 말하는데, 3일 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폰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각 업체들은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 등을 통해 상대방의 약점을 들춰 조롱하는 방식의 마케팅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디스전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은 삼성전자와 애플.

삼성전자는 애플의 대화면 스마트폰 '아이폰6플러스'가 손의 힘으로도 쉽게 구부러진다는 이른바 '벤드게이트(bendgate)'에 휩싸이자, 지난 2일 공식 블로그인 삼성 투모로우에 '갤럭시 노트4 이색 실험실: 특명, 엉덩이를 견뎌라'라는 유튜브 영상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영상에서 "바지 뒷주머니에 어마무시한 위험이 숨겨져 있는데 바로 '엉덩이의 괴력'"이라며 "앉았다 일어나니 빳빳했던 지갑도 흐물거리는가 하면, 단단한 포크조차 엉덩이 앞에선 맥을 못 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갤럭시 노트4는 강하기 때문에 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또 연필 3자루를 한번에 부러뜨릴 수 있는 힘을 갤럭시 노트4에 가하는 '3포인트 밴드 실험'에서도 제품이 끄떡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체중 100㎏ 남성이 갤럭시 노트4를 바지 뒷주머니에 넣고 수백번 앉는 것과 동일한 조건의 하중실험에서도 제품은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에 앞서 지난달 26일 삼성전자는 모바일 트위터에 갤럭시 노트 엣지 사진과 함께 "Curved. Not bent"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는 갤럭시노트 엣지는 구부러지는 것이 아니라 원래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채용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아이폰6 플러스의 밴드게이트를 우회적으로 비꼰 것이다.

지난 7월에는 삼성전자는 갤럭시S5의 배터리 성능을 강조하는 내용의 광고를 통해 아이폰 사용자들을 '붙박이(wall huggers)'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광고에서 갤럭시S5 사용자들은 여유롭게 앉아 휴대폰을 즐기는 반면, 아이폰 사용자들은 화장실, 정수기 옆, 쓰레기통 근처 등 콘센트가 있는 벽마다 충전기를 연결해 놓고 바닥에 앉아 휴대폰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LG전자와 대만의 HTC 등 다른 경쟁사들도 '애플 깎아내리기'에 동참했다.

LG전자는 트위터를 통해 "우리의 폰은 휘어지는게 아니라 원래 구부러진 것(Our phone doesn’t bend, It flexes... on purpose.)"이라는 문구와 함께 G플렉스 사진을 올렸다. 대만의 스마트폰 업체 HTC는 "주머니같은 환경을 견딜 수 있도록 설게됐다"며 애플을 우회적으로 비꼬기도 했다.

애플도 삼성전자에 대한 불쾌한 감정을 공공연하게 드러내 왔다.

애플의 창업주인 고 스티브 잡스는 공개 석상에서 삼성을 '카피캣(copycat)'이라고 비난했고, 팀 쿡 CEO(최고경영자)는 삼성전자에 "스스로의 힘으로 혁신하길 바란다"고 노골적으로 비판했었다.

지난 4월에는 '지구의 날'을 맞아 삼성을 은근히 조롱하는 내용의 광고를 내보냈다. 애플은 미국, 영국 등의 주요 일간지에 "우리는 모든 회사가 이런 아이디어를 모방하기 바랍니다"의 제목이 달린 뒷면 전면광고를 내보냈다.

광고에서 애플은 애플 데이터 센터에 설치된 초대형 태양광 발전 시설의 사진과 함께 "우리가 다른 업체에게 우리를 모방하라고 실제로 권유하는 분야가 하나 있다. 모든 사람들이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면 우리 모두가 득을 보기 때문"이라는 문구를 실었다.

특히 이 광고는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낸 제2차 특허침해 손해배상청구소송의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나온 것이어, 업계에서는 애플이 삼성전자의 독창성을 우회적을 조롱한 것으로 해석했다.

최근에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급격하게 세를 불리고 있는 중국 업체들도 '디스전'에 가세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화웨이는 지난 2월 티저광고에서 애플과 삼성전자를 은근히 조롱하는 듯한 내용을 담아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영상에 등장하는 남성은 애플 음성인식 기능 '시리'로 추정되는 서비스에 "올해 MWC에서 놀라움을 자아낼 만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그러자 이 서비스는 브랜드를 드러내지 않은 스마트 기기를 하나 불러내 보여주면서 '아름다운 슬림 디자인', '방대한 배터리', '놀라운 전면 카메라' 등의 각종 찬사를 쏟아낸다.

남성은 이 기기가 "'Fruit(과일)'이나 'Some Song(노래)'의 것이냐"고 묻지만 서비스는 "화웨이"라고 답한다. 과일과 노래는 각각 애플과 삼성을 빗댄 말이다.

한편 스마트폰 업계에 퍼지고 있는 네거티브 광고가 잠깐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을 수는 있지만, 결국으 소비자들의 반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네거티브 전략은 두 기업의 이미지를 동시에 하락시키는 것이지 장기적으로 기업들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며 "지나친 네거티브 전략은 소비자들에게 자칫 피로감과 반감을 불러으킬 수 있어 제품력 등 본질적인 경쟁력으로 승부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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