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사진가로 맹활약하던 30대 후반, 안정적인 길을 버렸다. 돈을 벌수록 정신은 피폐해졌다. 산에도 다녀봤지만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 2007년 하와이 대학의 초빙을 계기로 상업예술의 정글에서 빠져나왔다.
이후 캘리포니아 근처 아름다운 사막 핀란에 정착하면서부터 엉켜있던 실타래가 풀리기 시작했다. 주변의 도시 풍경은 그의 감성을 자극했다. 김우영(54)은 그때부터 도시를 찍기 시작했다.
김우영은 1994년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 대학원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국내 광고 사진 1세대 작가로 활동했다.
광고사진가로 주가를 올리던 시절 김우영 앞에 선 연예인들은 셀 수 없을 정도다. 지금은 인기스타가 된 탤런트 송승헌과 소지섭, 김민희, 모델 장윤주 등이다. 송승헌이 모델이었던 의류 브랜드 ‘스톰’ 광고가 그의 작품이다. 2000년 개봉한 설경구 주연 영화 ‘박하사탕’ 포스터도 그가 찍었다. 사진가인 조선희가 처음 사진을 배우고자 그에게 포트폴리오를 들고 올 정도였다.
“그 녀석들”이라고 자연스럽게 말할 정도로 그는 잘나갔다.
뿐만 아니라 뉴욕과 서울을 오가며 포토 디렉터를 맡은 잡지 ‘네이버(Neighbor)’를 비롯해 다섯 개의 매체를 론칭했고 패션디자이너, 그래픽디자이너, 건축가, 영화감독 등을 파트너로 쉼 없이 작업했다.
이제는 추억으로 남아있다. 다시 신인의 마음으로 사진기를 들었다. “당장 돈은 안 되지만, 순수예술 사진을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행복하다”며 웃는다.
신인의 마음으로 카메라를 들이댄 곳은 자신이 거주하는 핀란의 주변 풍경이다. 이곳은 사막, 바다, 햇빛, 공기, 바람과 같은 원초적인 자연을 끼고 있다. 특히 자본주의와 산업화의 마지막 자락으로 버려진 공장지대가 그대로 남겨있다.
처음 몇 년 간은 작업하기가 쉽지 않았다. 익숙하지 않아서였다. 차 한 대를 사서 미국을 1년 반 정도 여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캘리포니아에 정착하게 됐다.
“캘리포니아는 아름답고 편하게 관찰할 수 있는 공간이어서 아주 좋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자연의 조건도 좋다”며 흡족해했다. 지난해 미국 전시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활동을 재개했다.
한국 전시도 한다. 서울 청담동 박여숙화랑에 사진 작품을 걸어놨다. 무채색과 수평의 날카로운 선만으로 도시의 부분임을 짐작할 수 있는 사진이다. 벽면을 표면으로 하며 나뭇가지나 도시의 부분들이 그림자로 반영된 비구상 회화의 화면 같은 사진도 있다. 또 길 건너편 정면으로 포착된 그리스, 중세 건물 같은 사람의 자취 없는 버려진 공장을 볼 수 있다.
“사진은 나의 자유와 맞는 것 같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작업이고, 특히 방랑의 도구로 충분히 나의 언어를 대변한다”고 강조했다.
컴퓨터로 손대는 것은 사양한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전시는 21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