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사단'이 또 한 편의 영화를 내놓았다. 김기덕(54) 감독이 각본을 쓰고, 문시현(36) 감독이 연출한 '신의 선물'이다.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여자와 원치 않은 아이를 갖게 된 소녀의 이야기다. 인간의 생명과 구원을 논한다.
'피에타' '배우는 배우다' '븕은 가족' '뫼비우스' 등 내놓는 영화마다 강렬한 이미지와 위악적인 캐릭터로 관객에게 쉽게 지울 수 없는 기억을 각인하는 김기덕 프로덕션의 영화답지 않은 따뜻한 감성이 돋보인다.
'신의 선물'의 섬세한 감성은 이미 제18회 부산 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비전' 부문에 초청돼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된 것으로 증명됐다. 또 제37회 스웨덴 예테보리 국제영화제,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제12회 플로렌스 한국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 받았다.
김 감독은 관객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신의 선물'의 따뜻함을 문 감독의 특별한 재능으로 해석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쓸 때는 이런 느낌의 영화가 나올줄 몰랐다"며 "문 감독이 여성 특유의 따뜻함, 섬세함으로 훌륭한 영화를 만들어냈다"고 평했다.
"생명에 대한 고마움이 필요한 시대에 이렇게 의미있는 영화의 제작에 참여하게 돼 기쁘다"는 마음이다.
문 감독은 아직 임신과 육아 경험이 없다. 영화가 새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경험이 없다면 연출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
문 감독은 이 시나리오를 영화화하기로 한 이유를 생명에 색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사실 고민이 많았습니다. 저는 영화의 내용에 대한 경험이 없는 게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새 생명의 소중한 탄생을 저는 제가 새 영화를 만들어내는 과정으로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문 감독은 이 영화를 세상에 내놓은 뒤 "마치 아이를 낳은 듯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임신을 간절히 원하는 여자 '승연'역을 맡은 이은우(34)는 김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뫼비우스'에도 출연했다. 그녀는 대사 없이 진행되는 '뫼비우스'에서 오로지 눈빛과 몸짓으로 1인2역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김 감독이 쓰거나 연출한 영화는 표현 강도가 세기 때문에 여배우가 출연을 쉽게 결정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은우는 "김기덕 감독의 시나리오에는 명확한 메시지가 담겨 있어 좋다"는 말로 김기덕 영화에 대한 신뢰를 내비쳤다. "온 몸의 에너지를 모두 발산해 연기해야 했다"며 "힘들었지만 즐거운 촬영이었다"고 전했다.
아이를 원하지 않는 소녀 '소영'을 연기한 전수진(26)은 첫 영화에서 단번에 주연을 꿰찼다.
"어떤 필모그래피도 없는 상황에서 '소영'을 연기하게 돼 얼떨떨했다"고 입을 뗀 전수진은 "함께 연기하는 선배들의 감정을 그대로 느끼고 따라가려고 애썼다"고 밝혔다. "영화를 보면서도 내가 영화에 나오고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는 말도 했다.
'신의 선물'은 10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