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안중근 장군 유묵의 비밀, 서로 다른 글씨체…이유는?

여러분, 이 유묵 2점을 봐주세요. 누구 글씨인지 잘 아실 것입니다. 안중근 장군의 글씨입니다. 이분은 제가 이 세상에 가장 존경하는 위인(偉人) 중의 한 분입니다.

여순 옥중에서 안중근 장군께서 쓰신 두 유묵 중에서 ‘국가안위노심초사’는 일제의 검찰관 야스오카에게 준 것이고, ‘위국헌신군인본분‘은 형무소 간수지바 도시치에게 준 것입니다.

보시는 두 유묵이 같은 사람이 쓴 글씨라는 생각이 듭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글씨체가 어딘지 다르지요? 왜 그럴까요? 그런 생각들 해보셨나요?

답은 이렇습니다. 국가안위노심초사는 평안한 마음에서 관조하는 심정으로 쓰신 것입니다. 이 글씨는 제가 아는 한, 장군께서 옥중에서 쓰신 많은 유묵들 중에서 가장 잘 쓴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위국헌신군인본분은 교수대에 오르시던 아침에 급한 마음으로 쓰신 것입니다. 장군께서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남긴 글씨이며, ‘동양평화론’ 집필을 완성하기 전에는 죽고 싶지 않았던 30세 대한남아(大韓男兒)의 한이 서린 글씨입니다. 

어디서 그런 것이 느껴집니까? 

글씨의 획들을 보십시오. 국가안위노심초사에서는 굵고 안정된 필치가 엿보이지요? 그러나 위국헌신군인본분은 어떻습니까? 가늘고 날카롭지 않습니까? 그리고 획을 긋되 차분한 손놀림이 아니잖아요. 빠르게 써내려 간 것이 보이지 않습니까? 

그렇게 빠르게 써내려가던 위국헌신군인본분이라는 글씨는 ‘분(分)’이라는 마지막 글자에서 손이 흔들리며 멈춰섭니다. 오른쪽으로 삐치는 획을 보십시오. 저는 모르긴 몰라도 이 분(分)자를 쓰면서 안중근 장군께서는 마음속으로 눈물을 흘리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안중근 장군께서는 이내 마음을 가라앉히십니다. 그리고 옆에 ‘경술 3월 여순 옥중 대한국인 안중근’이라는 작은 글씨를 쓴 다음, 비장하게 단지한 손의 장인을 찍으십니다. 

또한 주의 깊은 분들은 금세 눈치 채셨을 것입니다. 국가안위노심초사에 찍힌 장인은 또렷하지 않지만, 위국헌신군인본분에 찍힌 장인은 뚜렷합니다. 손금까지 모두 보일 정도입니다. 

조국을 위해서 할 일이 태산 같이 많았던 사내대장부는 억울하고 한 많은 삶을 그렇게 표현하고, 이 세상을 뜨셨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위국헌신군인본분은 동양평화를 위해 더 살고 싶다는 삶에 대한 애착을 담고, 더 나은 미래에 대한 동경이 한으로 서려있는 미완성의 글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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