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트리오 '트리오 제이드'와 현악 4중주팀 '노부스 콰르텟'. 최근 가장 잘나가는 젊은 클래식 팀이다.
두 팀의 멤버 한명씩이 뭉쳐 '유닛'을 결성했다. 트리오제이드 멤버인 피아니스트 이효주(29), 노부스콰르텟 멤버인 첼리스트 문웅휘(26)가 주인공이다. 19일 오후 8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듀오 리사이틀을 연다.
2010년 갈라 콘서트에서 처음 만나 친해졌다. 이후 서로 같이 한 번 연주해보자는 말을 주고 받다가 마침내 기회가 닿았다. 독일 하노버국립음대 최고연주자 과정(이효주)과 독일 함부르크 국립음대 독주자과정·뮌헨 국립음대 실내악과정(문웅휘) 등 학업과 해외 연주 일정으로 빠듯한 두 사람의 국내 듀오 무대는 보기 힘든 행운이다.
리사이틀 타이틀은 '프렌치 로스트'다. 흔히 색채감으로 표현되는 프랑스 음악은 감각적 탐닉만이 강조됐다. 간혹 독일음악에 비해 다소 가볍게 여겨진 것이 사실이다.
이효주와 문웅휘는 이번 무대에서 진하고 묵직한 바디감의 커피 로스팅을 뜻하는 '프렌치 로스트'처럼 이지적이면서 깊이 있는 연주를 들려주겠다는 각오다.
드뷔시 첼로 소나타 라단조 L. 135, 풀랑크 첼로 소나타, 메시앙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 중 5악장 '예수의 영원성을 위한 찬가', 프랑크 첼로 소나타 가장조를 선보인다.
이효주는 "처음부터 끝까지 듣는 시간이 찰나처럼 느껴질 것 같아요. 네 작곡가 스타일이 너무 달라서 프로그램 전개가 빠르고 드라마틱하거든요"라고 소개했다.
프로그램 구성은 프랑스 음악을 좋아하는 문웅휘가 제안했다. 프랑스에서 유학한 이효주 역시 선뜻 응했다. 이효주는 "한국에서 프랑스 음악은 연주할 기회가 없었어요. 웅휘와 함께 연습을 하다보니 (프랑스에서) 헛살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며 웃었다. 문웅휘는 "프랑스 음악을 간접적으로 배웠는데 이번 파트너인 효주 누나는 정통으로 프랑스 음악을 아는 사람이라 많은 것을 배워가고 있다"며 즐거워했다.
서로를 잘 안다는 점이 연습 내내 연주에서 묻어났다. "첼로는 피아노와 듀오를 하면 소리가 묻혀요. 제가 소리를 줄이거나 맞추도록 노력해야죠. 근데 웅휘 연주는 풍부할 뿐 아니라 소리가 또렷해요. 피아니스트가 편하죠. 음악적인 걱정이 없기 때문예요."(이효주)
"평소 이런 피아니스트와 함께 연주할 기회는 정말 없죠. 누나랑 같이 연주하면, 멜로디를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돼요.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거든요. 진정한 의미의 앙상블이죠. 즐겁고 편하게 연주하게 돼죠. 서로 몰랐던 부분들이 발생할 때는 순간 긴장감으로 신선하기도 하고. 같이 하는 게 참 좋아요. 하하하."(문웅휘)
두 사람은 최근 클래식계에서 가장 '핫'한 스타다. 이효주는 2010년 권위 있는 국제피아노콩쿠르인 제네바 국제콩쿠르에서 준우승과 청중상, 특별상을 휩쓸며 한국 차세대 피아니스트로서의 면모를 입증하고 있다. 첼로 이정란, 바이올린 박지윤과 함께 활동하는 트리오제이드는 지난해 아트실비아 실내악 오디션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문웅휘는 2012년 9월 실내악 최고권위의 독일 ARD국제콩쿠르에서 준우승, 최근 잘츠부르크 국제모차르트콩쿠르에서 한국인 현악4중주팀으로는 처음으로 우승하는 등 한국 실내악의 역사를 갈아치우고 있는 노부스콰르텟 멤버로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세계적인 클래식 레이블인 독일 짐멘아우어의 매니지먼트도 받고 있는 그는 솔리스트로서 역량도 인정 받는 중이다.
음악적 재능뿐 아니라 특출한 외모도 두 사람에게 관심을 쏠리는 이유다. 일부에서는 클래식계 아이돌로 칭한다. 이런 점 때문에 음악적인 능력이 뒷전으로 밀려나 아쉬울 법도 하다.
이효주는 "외모 부분에 있어 노부스콰르텟은 맞지만, 저는 아니에요"라며 손사래를 쳤다. "외모적인 것보다 음악의 아우라가 중요한 것 같다"고 봤다. "음악하는 친구들도 평소 만나면, 그냥 똑같아요. 그런데 그들이 무대 위에 서는 순간 달라보이죠. 외모도 중요할 수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음악적인 부분 같아요. 음악으로 인해 외모가 자연스럽게 포토샵이 되는 거죠."
문웅휘도 "저 역시 잘생긴 외모가 아니에요. 다만 노부스콰르텟의 외부적인 모습을 마음에 들어하는 분들이 저희 음악을 듣게 되는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음악 교과 과정이 클래식 음악을 세부적으로 듣는데 아직 큰 도움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잖아요. 연주도 연주지만 우선 퍼포먼스를 즐기면서 음악 애호가로 넘어가게 되면 정말 기쁘죠. '클래식계 아이돌'이라는 시선이 객관적으로 따지면,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어요. 우리나라 클래식 역사가 오래 되지 않았고, 아직 저변이 좁으니까요."
듀오 리사이틀 정례화와 음반 발매 계획에 대해 이효주는 "중요한 건 젊은 연주자 두 명이 함께 작업하는 과정에 있다"고 답했다. "몇 년 전에 나눴던 아이디어와 음악적인 잔상이 지금 리사이틀로 이어졌죠. 뚜렷하게 계획을 세우기보다 함께 편하고 즐겁게 연주하다, 그때 그때 뜻이 맞으면 자연스럽게 결과물이 나올 것 같아요."
기대주에서 점차 자신들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이효주는 연주자로서의 태도, 문웅휘는 첼로 솔리스트로서의 역할을 강조한다. 근간에 음악을 향한 뜨거운 애정이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클래식 음악은 대중화 연구를 하지 않으면 대중과 연결고리를 찾기 힘들어요. 궁극적으로 더 많은 분들이 클래식 음악을 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죠. 그래서 여러 장소에서 다양한 레퍼토리로 연주를 선보이고 싶어요. 각 상황에 맞는 연주로, 그때 드릴 수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죠. 세월이 쌓일수록 연주자로서 책임감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커져요."(이효주)
"첼로라는 악기에 대한 대중들의 주된 인식은 느린 선율, 낮은 음역이죠. 그런데 이번 프렌치로스트에서 들려줄 곡들은 굉장이 하드해요. 재미있는 주법도 많이 나오는데, 첼로의 다양한 매력을 얻어갔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그렇게 첼로의 다양한 면을 보여주고 싶어요."(문웅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