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데일리 송지수 기자] 금융당국이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에 대비해 대출자들의 상환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상품들을 도입하며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시장 안팎에서는 이러한 상품들의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며, 실효성에 의문을 품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기존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빚투(빚 내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부동산과 주식에 투자한 이들의 부채 상환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이 윤두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금리가 연 1%포인트 오르면 가계대출 이자 부담은 11조800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도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비해 선제적인 준비에 나서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지난 15일 시중은행을 통해 일정기간 동안 금리 상승폭을 제한하거나 월상환액을 고정하는 '금리상승 리스크 완화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상품을 내놨다.
이 상품은 ‘금리상한형'과 '월상환액 고정형'으로 나뉘는데, 금리상한형은 금리상승폭을 연간 0.75%포인트 또는 5년간 2%포인트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시 말해 금리가 아무리 올라도 이자부담이 연 0.75%포인트 이상, 5년간 2%포인트 이상 늘어나는 일이 없도록 했다는 것이다.
월상환액 고정형은 대출금리가 올라 이자액이 늘어나면 원금상환을 줄여 월간 원리금 상환액 총액을 유지해 주는 상품이다. 월상환액 고정기간은 10년으로, 이후엔 일반변동금리 대출로 전환하거나 월상환액을 다시 산정된다. 10년간 금리 상승폭은 2%포인트, 연간 1%포인트로 제한된다.
다만 금리상한형은 금리상승 리스크를 완화하는 대신, 연 0.15~0.2%포인트의 금리를 추가로 내야한다. 월상환액 고정형은 변동금리에 비해 연 0.2~0.3%포인트를 더한 수준으로 이용할 수 있다.
사실 이 상품은 지난 2019년 초에도 출시됐었지만, 당시 금리가 상승할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오히려 금리가 하락하면서 수요가 저조해 결국 상품 취급이 중단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올 하반기부터 금리상승기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을 것으로 금융당국은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금리상승 리스크 완화형 주담대에 대한 관심은 아직 뜨겁지 않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 출시된 지 3영업일밖에 지나지 않아 속단하긴 이르지만 사실 영업 현장에서 이 상품에 대한 문의는 거의 없다고 한다"며 "한은이 올 하반기 금리인상을 예고하긴 했지만, 속도와 상승폭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단 전망이 나오면서 이런 금리상승 제한형 상품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예를 들어 0.25%포인트를 제외한 나머지 금리인상분에 대한 리스크를 모두 헷지해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품일 것"이라며 "하지만 최근 10년간 주담데 금리 상승폭이 연간 0.75%포인트를 넘은 적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1년간 0.75%포인트, 5년간 2%포인트라는 상한선이 애매하다"고 말했다.
이어 "거기다 0.15~0.2%포인트의 가산금리가 반영되는데, 결국 연 0.9~0.95%, 5년간 2.75~3% 가량의 금리 상승이 있어야 대출자들이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얘기"라며 "결국 비용을 내고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지금처럼 불확실한 상황에서 추가 비용을 내고 가입하려는 대출자들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금융위가 지난 1일부터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가 공급하는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에 시범 도입한 40년 초장기 모기지에 대한 금융권의 반응도 '미지근'하다. 만 39세 이하 청년과 혼인 7년 내 신혼부부가 대상이며, 지원한도는 3억6000만원이다. 만기 내내 고정금리로 제공되기 때문에 금리상승위험을 제거할 수 있고, 3년 이후부터는 목돈이 생기면 수수료 없이 원금을 더 빨리 상환할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더 많은 이들이 40년 초장기 모기지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시중은행 등 민간 부문에도 이 초장기 모기지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시중은행이 공급하는 주담대는 만기가 최장 35년이다.
하지만 정작 은행권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은행들이 40년이라는 장기간 고정금리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가산금리를 붙이는 것이 불가피한데, 금리가 올라가면 상품성은 그만큼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도 시장에서는 '대출 갈아타기'가 워낙 잘 돼 있어 30년까지 만기를 채우는 대출 비중이 극히 미미하다"며 "정말 저금리로 40년간 고정금리를 유지해줘야 하는데, 금리 변동 리스크를 져야하는 은행들로서는 정책 모기지처럼 장기간 저금리를 유지하는 상품을 운영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40년 만기 모기지는 지난 1일 출시 이후 보금자리론 신청건의 약 20%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원활하게 시장에 안착했다"며 "특히 40년 만기를 선택할 수 있는 만 39세 이하 차주 신청 중 26%가 40년 만기로 '수요자들의 반응이 차갑다'거나 '실효성이 없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