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분이 추가됐으니까 다른 영화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꽤 있었다. 기존보다 더 보여준 장면들이 많아서다. 안상구 헤어스타일, 의상 변천사가 영화적인 것 같다. 관객들이 재미있게 봐줬으면 좋겠다."
흥행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영화 '내부자들'의 우민호(45) 감독은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개봉한 '내부자들'은 윤태호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이병헌·조승우·백윤식이 주연했다. 기업과 언론·정치 등 사회를 움직이는 내부자들의 비리와 의리, 배신을 그렸다.
'내부자들'은 청소년관람불가등급이라는 핸디캡을 딛고 누적 관객수 700만명을 돌파했다. 청소년관람불가등급영화 사상 5년 만에 공식 흥행성적 1위인 '아저씨'(628만명·2010)의 스코어도 깨면서 새로운 흥행사를 썼다.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지난해 12월 3시간짜리 감독판까지 개봉했다. 감독판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은 역대 감독·확장판 최고 흥행작이던 '늑대소년-확장판'을 가뿐히 뛰어넘고 최초로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1일까지 본편이 706만9931명, 감독판인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이 157만8523명을 모았다. 이를 합치면 총 860만명이 넘는 관객이 영화를 본 것이다.
-'내부자들'이 7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역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영화의 흥행 신기록을 썼다. 소감이 어떤가.
"700만은 생각도 못했다. 배우들 연기가 뛰어났다. 관객들이 배우들 연기를 보러 가는 게 우선이지 않느냐. 하지만 이 정도까지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역대 청소년관람불가 영화 가운데 최다 관객을 기록한 '타짜'(684만명)를 '내부자들'이 깼다. 공교롭게도 '타짜'는 조승우와 백윤식이 출연한 작품이다. 승우씨에게 '본인이 쓴 기록을 승우씨가 깬 게 다행이지 않느냐'고도 했다."
-감독판을 개봉하게 된 계기는?
"처음에 3시간40분짜리였는데, 상업영화인만큼 그걸 편집해서 2시간10분짜리로 만들었다. 배급사 쇼박스도, 나도, 배우들도 오리지널을 좋아했다. 영화가 흥행돼서 제대로 다시 보여주자고 쇼박스가 먼저 제안했고 기꺼이 수긍해서 이뤄지게 됐다. 배우들도 나도 만족스러웠고 기분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다. 감독판의 흥행 여부를 떠나서 '우리가 원래 찍었던 영화가 이런 영화'라고 보여줄 수 있는 장이 마련돼 거기에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감독판이 가장 시나리오에 가깝다. 한 2~3신 정도가 빠진 것 같은데 40분은 늘어지는 호흡을 쳐낸 것이다. 별로 빠진 게 없다."
-감독판에서 가장 잘 살린 신은 무엇인가.
"오프닝과 엔딩이다. 안상구와 이강희의 과거 장면에 대한 애정이 많다. 그 장면이 고스란히 들어가게 돼 개인적으로 기쁘다. 이강희의 마지막 장면과 안상구의 첫 장면은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모습인데, 사실 대중들에게 하는 말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살리려면 둘 다 살리고 버리려면 둘 다 버려야 됐던 신이었다. 본편에서는 두 개 다 버렸던 것이고, 감독판에서는 둘 다 살린 것이다."
-이병헌과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이였나?
"이번 작품에서 처음 만났다. 친분이라기보다는 악연이 있었다. (웃음) 2012년 추석 때 '간첩'이라는 영화를 들고 나왔는데, 그 때 '광해'가 엄청났다. 이병헌 신드롬이 있었던 '광해'에게 완전 짓밟혔다. 당시에 '저 배우랑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너무 잘 됐다. 사실 같이 차기작을 할 줄은 몰랐다. 맨 처음에 이병헌이 한다고 했을 때 놀랐다. '설마 나랑 하겠어?' '전라도 깡패로 망가지는 역할인데 하겠어?'라고 생각했다. 이병헌이 '내부자들' 흥행에 큰 역할을 했다. 시나리오에 없던 안상구 캐릭터를 만들어내면서 소화시킨 게 대단하다."
-각 캐릭터가 권선징악까지는 아니어도, 완전한 의미에서 착한 캐릭터는 없었던 것 같다. 조승우 역할도 정의감이 넘치는 검사이기보다는 출세에 대한 욕망이 있는 검사였다.
"우 검사가 그래도 나름의 철학은 있다. 나쁜 사람들을 잡아서 성공하고 싶다는 게 자기 철학인데, 그게 잘 안 되니까 짜증냈다. 내 일을 해서 성공하고 싶은데 그게 자꾸 가로막히니까."
-관객들에게 가장 집중해서 보라고 말하고 싶은 신은?
"이강희의 엔딩에 이병헌도, 조승우도 소름이 끼쳤다고 한다. 그 정도로 파워풀한 장면이지 않겠나 싶다. 한 가지 우려가 있다면, 본편에서 그 장면을 거둬낸 이유 중 하나가 '세상은 바뀌지 않아, 또 저렇게 되는거야' 이런 회의와 절망감을 관객들이 느끼게 되길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뉴스를 보면 '또 그렇구나'하면서 짜증이 난다. 이 영화를 보면서 그래도 희망을 갖고 계속해서 그들을 주시했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덜어냈다. 원래 의도는 그 장면을 통해 권력에 대한 경각심을 갖자는 거였다. 여기서 이긴 게 이긴게 아니라 끝까지 그들을 주시해야 된다는 거였다. 관객들이 이 부분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감독판에서 조국일보 간부들의 편집회의 장면이 추가됐는데, 언론사의 실상을 면밀히 그린 것 같다.
"사실 언론사를 잘 모른다. 특별히 이 영화 때문에 언론사에 들어가서 조사한 적이 없고, 언론인을 따로 만난 적도 없다. 단지 윤태호 작가 원작을 가져온 것이다. 윤 작가를 믿었기 때문에 따로 조사를 하지 않았다. 원작을 잘 살리자는 생각 뿐이었다. 가장 원작에 충실했던 것은 이강희 논설주간 캐릭터였다. 감독판에서 나왔던 신문사 안에서의 편집회의, 편집국장과의 관계 등은 고스란히 원작에 있는 부분이다. 사실 우리나라에 그런 논설주간이 어디 있겠나. 그런 논설주간이 있다는 건 비약이고 과장이다. 단지 논설주간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언론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그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고 나쁜 쪽으로 쓰였을 때 권력에 대한 감시를 하지 않고, 오히려 권력의 편에 서서 펜을 굴렸을 때 우리가 이 사회에서 갖는 나쁜 지점이 뭔지를 영화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원작도 그렇게 봤다."
-차기작을 논하기 조금 이르지만, 다음 작품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내부자들에서는 인물들이 좀 별나다. 마초적이고 과장된 측면도 있다. 특화된 인물보다는 좀 더 평범한, 우리들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속편은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우장훈이 국회로 들어갔을까?'하면서 만약 국회로 들어갔다면 어떤 모습이었을지 궁금했다. 조승우가 국회의원을 하는 모습이 쉽게 상상은 안 가지만, 호기심은 들었다."
-앞으로 어떤 감독이 되고 싶나.
"작품으로 대중들과 계속 소통할 수 있는 감독이 되고 싶다. 나한테도 분명히 '내부자들'보다 나은 작품을 바라지 않겠는가. 당연한 일인 것 같다. 이름에 신뢰감이 묻어날 수 있는 감독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