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둔 영화배우 김하늘(37)은 어딘가 모르게 안정돼 보인다. 스스로도 “모든 일에 편해졌다”고 인정한다.
“5년 만에 나온 영화여서 인터뷰를 하다가 말도 더듬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편해졌다. 결혼 이후에는 좀 더 편하게 작품을 선택하면서 연기할 것 같다.”
오히려 모험적 연기가 어렵지 않을까 싶은데 달라질 것은 없다는 반응이다. “결혼 전 마지막 작품이라든지, 그런 자각조차 없다. 편하게 박수쳐 주는 분”이라고 예비신랑을 언급했다.
김하늘은 로맨틱 코미디와 멜로 장르에서 두각을 드러냈으나 영화 ‘블라인드’(2011)처럼 스릴러에서도 안정적 연기를 보여주면서 연기영역을 넓혀왔다. 또 결혼 발표 후 개봉한 ‘나를 잊지 말아요’는 그동안 선보인 멜로에 비해 좀 더 성숙한 감정과 관계를 다룬다는 점에서 김하늘의 개인적 변화와 잘 어울린다.
교통사고로 지난 10년간의 기억을 잃은 남자 정우성(43)이 이 영화를 열고 닫지만, 진짜 주인공은 남자 앞에 나타난 미스터리한 여자 ‘진영’을 연기한 김하늘이다. 기억을 잃은 아픔보다 더 큰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진영은 이들 두 남녀에게 닥친 혹독한 시련을 어떻게든 극복하려고 몸부림치는, 알고 보면 강인한 여성이다. 지난해 찍은 ‘여교사’도 기존의 김하늘 이미지를 떠올린다면 파격이다. 10대 제자를 사이에 둔 두 여교사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작품 선택에서 자신감과 여유가 느껴진다. 김하늘은 “예전에도 겁내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도전을 겁내지는 않았으나 그렇다고 무모하게 덤비지도 않았다. 차근차근 해나가면서 발전하고 다양해졌다. ‘나를잊지말아요’는 그냥 분위기에 매료됐다. ‘여교사’는 캐릭터에 반했다. 배우들 마음은 다 똑같다. 늘 욕심나고 목마르다. 여러 가지 색깔을 보여주고 싶다.”
‘나를잊지말아요’는 여느 멜로영화 시나리오에서 못 본 묘한 느낌에 선뜻 출연을 결정했다. “신선했다. 내가 연기해서 이끌어가면 어떨까, 배우마다 자기만의 분위기가 있는데, 나 김하늘의 분위기를 녹였을 때 이 영화가 어떤 느낌으로 바뀔지 궁금했다.”
정우성과 맞출 호흡도 궁금했다. “오빠는 진하고 강하다. 난 반대로 흐리지만 디테일하고 예민하다. 다른 두 색깔이 만나면 어떤 느낌일지도 궁금했다.”
1998년 영화 ‘바이준’으로 데뷔했으니 벌써 18년차다. 오랫동안 살아남은 배우답게 강단도 감지된다. 특히 ‘나를잊지말아요’는 신인감독의 데뷔작이라 정우성과 김하늘이 캐릭터에 대한 의견을 많이 냈다. 정우성은 이 영화의 제작자이기도 하다.
“다른 작품에 비해 의견을 많이 냈다. 말하고 싶은 게 많은 작품이기도 했다. 아니다 싶으면 의견 개진하고 대사도 수정하는 등 서로 자유롭게 호흡을 맞췄다.”
선배가 제작자인데 의견 개진에 불편은 없었을까. “일단 영화에 들어가면 적극적”이다. “내 영화이지 않은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한다.”
그녀는 정면 돌파 쪽을 선호했다. 연애할 때도 마찬가지. “내가 뭘 잘못했거나 그랬을 때 그걸 피하기보다 직면하고, 상대방도 직면하는게 더 좋다.”
기억에 대한 소견에서도 강인함이 묻어난다. “나는 기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인생 자체가 기억 아닌가. 만약 너무 고통스런 기억이 있고 그걸 지울 기회가 있어도 나는 지우지 않고 싶다. 아무리 아프고 감추고 싶은 기억이라도 다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결혼이 코앞이다. “영화 개봉 때문에 너무 바쁜 연말연초를 보내고 있다”며 웃었다. “(결혼준비는) 전혀…. 일단 영화 개봉에 집중하고 있다. 끝난 뒤 본격적으로 할 계획이다. 신년에 다이어리를 새로 사서 항상 새해 목표를 적는데 이번에는 그것도 아직 못했다.”
작년 목표는 뭐였을까. 쑥스러운듯 웃었다.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는데, 사랑과 관련됐던 것 같다.” 그렇다. 그녀는 오는 3월 1세 연하 사업가와 결혼식을 올린다. 사랑으로 더욱 깊어질 배우 김하늘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