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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의 갓싸이 "오늘 곱씹으며 행복하게 살아!" 올나잇스탠드

"준비한 공연은 여기까지입니다. 아, 참! 준비한 '정규공연'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부터 '올나잇 스탠드' 성공 기념 뒤풀이를 시작하겠습니다. 온 목청껏 두 글자만 외치시면 됩니다. '앵, 콜'."

"앙코르"를 외치는 목소리가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을 가득 채운 건 24일 밤 11시, 싸이(38)의 콘서트 '올나잇 스탠드 2015-공연의 갓싸이'의 진짜 시작은 그때였다. 두 시간 전부터 싸이가 부른 17곡과 게스트 비(33)가 부른 3곡은 예고편에 불과했다.

"예전에 잘 안 됐던 적도 많았고, 그만큼 자숙 기간도 길었는데요. 그 전날 했던 무대가 마지막일 줄 모르고 자숙을 시작했다가 생각보다 길어졌던 적이 있어요. 마지막인 줄 알았더라면 좀 더 할 걸. 감사하게 다시 무대에 오르게 된 날부터 오늘까지, 매일이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공연마다 "오늘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노래한다는 싸이는 2시간의 본 공연에 이어 '땀과 음악사이'라는 클럽을 콘셉트로 DJ가 되어 노이즈의 '상상 속의 너', 박진영의 '날 떠나지 마', DJ DOC의 '미녀와 야수'·'런 투 유(RUN TO YOU)', 서태지와 아이들의 '환상 속의 그대', 이정현의 '와',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을 연달아 불렀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제가 1977년생인데, 여기 저보다 어린 분이 대부분이겠죠. 계속 춤을 추고, 뛰고, 노래한 39살한테 지면 안 되지 않을까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여러분, 혹시 한 번 더 뛸 수 있으세요?"

막차가 끊길 시간이 다가오는데도 움직일 줄 모르고 자리를 지키던 1만2500명 관객들이 슬슬 지친 기색을 보일 무렵, 이들을 도발한 싸이는 "공연 때 항상 마지막으로 부르는 노래"라는 '언젠가는'을 부르더니 이문세의 '붉은 노을', 체리필터의 '낭만고양이', 윤수일의 '아파트', 무한궤도의 '그대에게', 조용필의 '여행을 떠나요'까지 시대와 장르를 불문하고 또 내달렸다. 그런데도 끝은 멀었다.

"아, 진짜 꿈같습니다. 예전에는 쉽고 재밌게, 즐기면서 노래를 만들고 앨범을 만들었는데, 뭐가 이렇게 나를 짓눌러서 곡도 안 써지고 오래 걸릴까 생각하다보니 결국 저를 누르고 있던 게 저더라고요. 다 훌훌 떨치고 어느 날 신곡이 나왔고, 전처럼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시고, 연말에 콘서트도 하고. 앙코르를 마치고 이렇게 넋두리를 하는 순간이 왔네요. 너무 좋습니다."

"지금 그냥 불러드리고 싶은 노래가 있다"던 싸이는 '점점 더 멀어져간다'는 구절로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시작했다. 무대 위의 화면에는 어린 시절 '아기 박재상'부터 지금 '월드스타 싸이'가 되기까지, 싸이의 성장과정이 펼쳐졌다.

마지막은 "'강남 스타일'이나 '대디(DADDY)' 보다, 또 앞으로 나올 그 어떤 노래보다 가장 사랑하고 아끼는" 노래 '챔피언'이 장식했다. 하지만 "진정 즐길 줄 아는" 관객은 여기서 만족하지 못했다. 자리를 뜰 줄 모르고 입 모아 "밤 새"를 외치는 객석의 모습에 싸이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이미 본공연에서 한 번 부른 '연예인'을 다시 불렀다. 3시간이 넘게 이어진 공연의 진짜 마지막, 33번째 곡이었다.

"저 준비한 노래 다 불렀어요. 더 이상 부를 노래가 없어요. 밤새라고? 아, 진짜 가수되길 잘했다! 너무 너무 좋아요, 지금."

이날 공연은 싸이가 지난 1일, 3년 5개월 만의 새 앨범 '칠집싸이다'를 발매한 뒤 처음 여는 콘서트였다. 타이틀곡 '나팔바지'와 '대디' 뿐 아니라 수록곡의 퍼포먼스를 최초로 공개하는 자리였다. 싸이는 '댄스자키' '아저씨 스웨그(SWAG)'와 "작년에 떠나보낸 너무나 아끼는 사람" 고 신해철에게 바치는 곡 '드림(DREAM)'을 불렀다.

"오래 걸려서 앨범이 나왔어요. 사실 많은 분들이 '강남스타일' 같은 일이 또 일어날까 얘기하시는데, 안 일어납니다. 쉽지 않아요. 사실은 얻어 걸려 놓고 마치 의도했던 것 마냥 2~3년 살았어요. 그러다 정신 번쩍 차리고 올해는 넘기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으로 12월에 앨범을 냈습니다. 가장 행복한 건 제 자리에 있는 것 같아요."

"15년 째 공연을 하고 있는 딴따라"로 제 자리를 찾은 싸이는 작사 싸이, 작곡 싸이에 노래는 '다 같이'라는 '낙원'을 부르면서 관객에게 크게 외쳤다. "여러분, 집에 가더라도 오늘 하루 곱씹으며 행복하게 살아!"

싸이의 '올나잇 스탠드 2015-공연의 갓싸이'는 26일까지 이어진다. 25일에는 가수 성시경, 26일 첫 공연은 태양, 마지막 공연은 이승기와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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