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수교 50주년인 올해 양국의 젊은 극작가와 연출가가 협업한 연극이 무대에 오른다.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가 한국의 극작가 겸 연출가 성기웅(41·제12언어연극스튜디오 대표)과 동아연극상 최초 외국인 수상자로 선정된 일본 연출가 다다 준노스케(39·극단 도쿄데쓰락 대표)가 협업한 신작 '태풍기담(颱風奇譚)'을 선보인다 .
2008년 아시아연출가워크숍을 계기로 '로미오와 줄리엣'과 '가모메' 등에서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은 이번에 영국의 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작품인 '템페스트'에 도전한다. 전쟁을 벌이던 밀라노와 나폴리를 배경으로 복수와 화해 그리고 용서를 그린다.
'태풍기담'은 서양의 고전을 아시아 근대화 시기로 옮겨왔다. 1920년대 동아시아가 배경이다.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갈등 밖에서 자란 젊은 세대의 시선이 중심이다.
일본어에도 능통한 성 작가는 조선어(한국어)와 내지어(일본어)가 함께 쓰이던 식민지 시기의 현실을 극의 재료로 활용한다. 이를 통해 제국 언어의 힘과 권력에 대해 탐구한다. 원주민의 언어, 바람의 말(소리와 몸짓)까지 활용한다.
다다 연출은 다양한 언어가 무대 위에서 얽히는 상황을 자신의 강점인 음향 활용 능력으로 재치 있게 풀어낸다는 계획이다.
'태풍기담'은 '템페스트'의 이야기 뼈대는 그대로 가져오되 인물의 캐릭터와 관계는 새로 구성했다. '이태황'이 원작의 주인공 프로스페로처럼 목숨을 건지기 위해 도망치지 않고 빼앗긴 나라를 되찾고자 딸 '소은'과 힘을 기르는 것이 대표적이다.
한국 배우 정동환과 박상종, 일본 배우 오다 유타카와 나가이 히데키 등이 함께 출연한다. 남산예술센터·안산문화예술의전당·일본 후지미시민문화회관이 공동 제작했다. 남산예술센터가 시도하는 국제교류 프로젝트의 첫 사례로 양국 공공극장이 함께 참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16~17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달맞이극장 무대에 먼저 오른 뒤 24일부터 11월8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공연한다. 이후 '페스티벌 도쿄'를 통해 11월 26~29일 도쿄예술극장에서 선보인 뒤 12월 4~6일 후지미시민문화회관 키라리 후지미에서 피날레를 장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