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화가 설원기·문성식·안지산, 블랙을 변주하다

검정은 모든 것을 덮는 색이다. 그래서 죽음을 상징하기도 하는 이 색은 단순한 하나의 색이 아니다.

화가들에게도 검정은 넘어야 할 벽이다. 극단적인 변화를 요구하지 않는 이 '검정'을 주제로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와 제자 2명이 실험에 나섰다.

8일부터 서울 이태원동 스페이스비엠에서 설원기 교수와 문성식·안지산 작가의 3인전 '블랙 베리에이션(Black Variation)'이 열린다.

검정이 가진 다양한 스펙트럼과 매체의 포괄적인 방향성을 모색해 본다. 어떠한 매체와 결합했을 때, 어떠한 주제와 만났을 때 검정이 표현될 수 있는 다양성에 대한 실험이다. 전시는 이들 작가에게 일종의 스핀오프라고 할 수 있다.

설원기는 매체의 특성들, 예를 들어 흡수, 반발, 융합 등의 효과를 이용해 재료들 간의 반응을 실험해왔다. 그의 작품들은 내밀한 감정의 기록을 위해 색을 제한하고, 검정색이라는 제한을 통한 ‘변주’를 통해 매체의 ‘근원’을 파고드는 성향을 드러낸다.

문성식은 물과 아크릴을 이용해 2013년부터 관심을 가져온 인물화와 새 드로잉을 선보인다. 강인함과 남성다움이라는 검정색에 대한 일반적인 느낌보다는, 검정이 물과 만났을 때 한없이 연약해지고 부드러워질 수 있는 지점을 연약한 생명에 대한 시선과 결합해 선보인다.

안지산은 스스로 예측할 수 없고 컨트롤할 수 없는 오일을 사용해 검은색이 가진 강인하고 거친 질감, 즉 문성식과 반대되는 검정의 맛을 보여준다. "검정이 주는 어두움은 내가 느낀 것들을 보다 명료하게 해주고 복잡 다단한 것들을 사라지게 해준다"는 말 그대로 자신의 태도나 행동에 대한 객관적 관찰과 더불어 거칠고 강인한 검정의 효과를 극대화시킨다.

21점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검정색이 가진 풍부한 감성, 나아가 그것이 어떠한 대상, 이미지와 만났을 때 좀 더 심도깊은 접근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는 데 의미가 있다. 변주를 위한, 변주에 의한, 변주의 블랙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다. 11월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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